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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기 Aug 30. 2024

허영만의 '취재노트'와 강수진의 '발'

허영만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

허영만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 전남도립미술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열린다.
허영만 화백의 스크랩북과 취재노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허영만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 전남도립미술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열린다. 이주일 전쯤 여수여행 때 가봤다. 미술관은 광양에 있다.  


대본소 만화가게 시절, 나는 좋아하는 작가별로 작품들을 몰아봤다. 허영만 화백 작품들도 그렇게 봤다. 모든 작품 활동이 그렇듯, 수면 위 노출된 빙산이 작품이라면, 작가의 노력은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유독 허영만의 취재노트와 스크랩북에 눈길이 오래 머문 것도 그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이번 <허영만 특별전>의 백미는 작가의 작가노트와 원화에 있다. 우리가 보는 작품들이, 우리가 보지 못 했던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그 안에서 작가의 피와 땀을 엿볼 수 있다. 허영만이라는 대작가도, 자신의 머리와 손이 녹슬지 않도록 부단한 노력을 한다.


취재노트와 스크랩북을 보면서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건 비단, 역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작가에게, 더이상 기록이 필요 없는 때는 반복되는 노력 끝에 머리와 손이 내용을 통째로 외워버렸을 때다.


조정래 선생도 <태백산맥>을 집필하기 전에 수년 동안 소설의 배경지를 여러 차례 답사하고 기록했기에 소설의 무대와 등장인물을 완전히 소화한 뒤 소설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고 한다.


허영만 화백의 스크랩북과 취재노트를 보면서, 울퉁불퉁한 나무 뿌리와 같은 모양이 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떠올랐다.


#허영만 #허영만특별전 #강수진 #조정래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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