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남대문시장 <부원면옥>
서울 남대문시장의 부원면옥. 오래 전 내가 처음 평양냉면을 맛본 곳이다. 남대문시장 도깨비상가라고 불리는 수입상가에서 지금도 장사를 하시는 ‘38따라지’ 이모부를 따라 갔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시원하게 냉면 한 사발하러 편하게 들르던 가게였다.
그때는 물냉면에 기름이 둥둥 떠있었던, 더 탁한 육수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육수가 한결 깔끔해졌다. 예전엔 빈대떡도 더 작고 두툼하게 3개쯤 내줬던 것 같다. 오늘 냉면 면발은 좀 퍼졌고, 빈대떡은 좀 탔다. 그래도 음식은 추억의 힘인지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빈대떡 주문을 주방에 전할 때 그냥 '떡'이라고 부른다. 하루종일 외칠 걸 생각해보면 효율적인 줄임말이다. 계산대 바로 뒷면 하단에는 '호빵맨' 故 노회찬 의원의 사인이 코팅돼 붙여져 있다. 서민적인 정치인에게 어울리는 노포다. 음식이나 사람이나 추억과 그리움을 오간다.
이 글은 2018년 10월에 <부원면옥>을 방문하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