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강화도 <신아리랑>
가끔씩 강화도에 갈 때면 부담 없이 찾았던 밥집은 강화읍내에 있는 <우리옥>. 새 건물에 번듯한 외관만 보면, 이곳이 1953년에 문을 연 63년 역사의 노포라는 생각이 안 든다. 단골손님들이 쓴 글을 보니, 옛날에는 허름한 건물이었단다.
<우리옥>(☎ 032-934-2427)은 지난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가운데 하나다. 1963년 문을 연 <명월집>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는데, 두 곳 모두 인천(강화도는 행정구역 상 인천)에 있다. 게다가 한식당 100선 가운데 백반집은 <우리옥>과 <명월집>뿐이라니, 참 재밌는 인연이다.
강화도의 아침식사 장소로 <신아리랑>(☎ 032-933-2025)을 찾아갔다. <우리옥>도 아침에 문을 열지만,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검색하다가 눈에 띈 게 <신아리랑>의 '젓국갈비'라는 메뉴다. 게다가 강화도 토박이 음식이라는 설명에 구미가 더 당겼다. <우먼센스> 2013년 10월호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 찾아가야 하는 '신아리랑'은 강화 토박이들도 인정하는 요리 명인의 '젓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
젓국갈비는 고려 무신정권 시절, 수도가 강화로 바뀌면서 거처를 옮긴 왕에게 진상할 음식이 마땅치 않아 돼지갈비에 갖은 채소와 강화 특산물인 새우젓을 넣고 끓인 데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새우 생산량의 70%가 강화 해안에서 나오는 만큼 '강화 새우젓'은 유명한데, 특히 돼지갈비와 새우젓은 찰떡궁합의 맛이니 그 어떤 수라상 음식보다 ‘진국’이었을 것이다.
젓국갈비는 한동안 대를 잇지 못하다가 1988년 열린 강화음식대회에서 '신아리랑'의 김부전 사장이 선보이면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식당 문을 연 당시만 해도 강화에서 젓국갈비를 맛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었다.
그런데 7~8년 전,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강화도 향토 음식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신아리랑의 젓국갈비 레시피를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김부전 사장은 젓국갈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맛의 비밀을 전수해주고 있다. 하지만 원조의 손맛은 따라올 수 없는지 '강화표' 젓국갈비는 꼭 신아리랑에서만 맛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우먼센스> 2013년 10월
'젓국갈비'의 주 재료는 호박, (순)무, 단호박 등 각종 야채와 손두부, 잘게 조각낸 국내산 돼지갈비, 그리고 강화 새우젓이다. 사람마다 맛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맑은 야채·두부탕과 조금 느끼할 수 있는 갈비탕의 중간쯤이다.
새우젓은 단지 간을 맞추는 용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야채의 맑은 탕 맛을 좀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돼지갈비를 넣지 않고 탕을 끓여도 꽤 괜찮은 맛이 날 것 같다. 왜?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손두부의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젓국갈비 가격은 소 2만원, 중 2만5000원, 대 3만5000원. 어른 3명이거나, 어른 2명과 아이 2명이면 '중'이면 된다. 또 다른 대표 메뉴라는 무낙지는 맛을 보지 못했고, 돌솥굴밥은 철이 아니라 아직 내질 않는다. 올해 초 장소를 근처로 옮긴 듯한데, 초행인 사람은 한 번에 찾기 쉽지 않다. 주차는 각자도생.
※ 이 글은 2016년 9월 강화도 <신아리랑>을 방문한 뒤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