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대학로 <순대실록>
"순대. 음식문화의 끝에서 한발 더 내딛겠습니다. 재료의 양을 조금씩 달리할 때마다 요술처럼 다른 맛이 납니다. 오늘은 프랑스 부뎅처럼 부드럽게~ 시의전서 전통순대. 맛있어져라!" (2019_0811)
"가을 문턱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 바람타고 두둥~ 귀한 손님 오신다고해서 새우젓으로 삶아낸 한우 넣고 소순대, 팽우육법 만들었어요.맛있어져라! 이 생엔 순대에 목숨 걸었습니다." (2019_0817)
희푸드, 희스토리푸드, 순대실록의 대표이자 책 <순대실록>의 저자인 육경희 대표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도 항상 순대와의 접점을 고민한다.
지난달(2019년 10월) 23일 한식진흥원 주최의 한식아카데미 세 번째 수업. 육경희 대표는 옛부터 이어져온 우리 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古)조리서 <주방문(酒方文)>(1600년대 말~1700년대 초)과 <시의전서(是議全書)>(1877년)에 나오는 도야지순대와 소순대를 원형 그대로 재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육경희 대표의 순대에 대한 열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대학로 '순대실록'에서 노릇노릇 잘 구워진, 똬리 튼 순대 스테이크를 만나는 순간, 지금까지 순대라는 음식을 얼마나 좁은 범주에 가둬두었는지 느끼게 된다.
가수 이선희의 노래를 들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저 작은 체구에서 저렇게 파워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감탄한다. 이처럼 육경희 대표를 보면, 한 눈에 '딴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속이 꽉 차서 야무지고 실속이 있는 사람이라는.
늦은 저녁, 지인들과 대학로 '두두'를 거쳐 '순대실록'에 갔다. 우리 자리 뒤편 테이블에서 서빙하는 분이 눈에 띄었다. 파란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의 육경희 대표가 직접 서빙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조우했다.
육경희 대표가 한 잔씩 돌린 맥주를 마시고 가게를 나서는 길에 또 우연히 희스토리푸드 부대표인 이진형 셰프도 만났다. '순대실록'과 '핏제리아오'를 운영하는 ㈜희스토리푸드는 올해 벤처기업에 선정됐다. 희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핏제리아오 이진형 셰프는 지난 10월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열린 '피자 월드컵' 메트로·팔라(Metro·Pala) 피자 부문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17회를 맞은 이 대회는 '월드 챔피언십 오브 피자이우올로(pizzaiuolo)', '월드 피자 챔피언십'과 더불어 세계 3대 피자 대회로 손꼽힌단다.
이 대회 이전에도 이진형 셰프는 tvN <강식당> 시즌 3에서 규현의 피자 스승으로 나와, 이미 핏제리아오 피자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래, 다음 번에는 핏제리아오에 가서 피맥을 즐겨야지'. 순대에 목숨을 건 육경희 대표, 피자에 인생을 건 이진형 셰프. 두 분이 이끌어나가는 희스토리푸드는 푸드의 히스토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 이 글은 지난해 11월말 대학로 <순대실록>을 방문하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