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복요리 전문, 대구 <해금강>
대구는 복어 요리로도 유명하다. '복불(복어불고기)'은 대구 10미(味) 가운데 하나다.
'대구 10味'|육개장(따로국밥), 생고기(뭉티기), 동인동찜갈비, 복어불고기, 납작만두, 누른국수, 논메기매운탕, 막창구이, 무침회, 야끼우동.
그런 대구에서 손꼽히는 복어요릿집은 '해금강(海金剛)'이다. 1978년에 시작해 복요리의 한 길을 걸은 지 40년이 넘었다.
복요리 전문가인 박명선 대표가 운영하는 해금강 본점은 동대구역 부근에 있다. 중앙로역 부근에 있는 해금강 분점은 딸인 김민영, 사위인 박준형 부부가 운영한다.
'속 풀고 속 채우는 복어탕 한 사발'. 복어는 최고급 해장 음식이다. 다만, 질 좋은 음식인만큼 다른 음식에 비해 가격도 비싼 편이다. 해금강의 복요리도 싼 건 아니지만 '가성비'가 높다. 가성비는 가격이 싸고, 비싸다는 것만으로 따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가격 대비 만족도다.
아무리 싸도, 만족도가 그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가성비가 낮은 것이다. 반면에 다소 비싸더라도 그 이상의 만족도를 느낀다면 가성비가 높은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해금강의 복요리는 충분히 가격 이상의 만족도를 주는 음식이다.
복요리 40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복불고기 세트(1인 2만원)를 시키면 복불고기+복튀김+복만두+복어탕(지리)가 나온다. 사실상 복요리 세미 뷔페다. 이 정도 구성이라면 복요리의 질과 양이 가성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직접 먹어보니, 질과 양 모두 대만족이다.
해금강 음식은 사이드 디시 격인 찬의 수준에서부터 감탄사가 나온다. 하나 하나 나물랄 것 없이 정갈하지만, 특제 소스로 버무린 복껍질 튀김과 갈치식해는 '엄지 척'이다.
복껍질 튀김은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 없어진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 자꾸만 손이 간다. 갈치식해는 흔히 강원도 회냉면에 얹어지는 명태식해 하고는 좀 다른 밥도둑이다.
특히, 맑은 복어탕에 만 밥을 한 숟가락 푼 뒤 그 위에 갈치식해를 한두 점 얹어 먹으면 누가 먼저 없어지나 내기 할 정도다.
● 식해(食醢)|주로 소금을 침장원(沈藏源)으로 사용하는 젓갈류와는 달리 곡류와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이다. 그래서 이름도 곡식의 '식'자와 어육으로 담근 젓갈 '해'자를 쓴다. 함경도 지방을 비롯해 동해안 지방에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김치처럼 발효한 음식이다. 원재료는 제주산 갈치, 흰 쌀밥, 무우, 고춧가루, 엿기름, 마늘, 생강, 소금 등. (<해금강> 안내판)
해금강은 메인 요리가 아닌 반찬까지도 놋그릇에 담아서 낸다. 음식점에서 놋그릇에 반찬을 낸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식기류의 가격도 비싸거니와, 유지 관리하기 까다롭다. 게다가 무게도 만만치 않아 음식을 옮기거나 설거지 할 때도 몇 배나 더 힘들다. 그런데도 반찬까지 놋그릇에 담는 건, 그만큼 손님을 귀하게 대접한다는 주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해금강'과 '복어'에 대해 덧붙인다.
● 해금강(海金剛)|경남 거제도 인근의 바다를 가리킨다. 말그대로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이다. 조선시대 숙종 24년(1698년) 고성군수로 있던 남택하(南宅夏)가 찾아낸 뒤 "금강산의 얼굴 빛과 같다"고 해서 '해금강'이란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 복어의 독|몇 해 전, 일본 나가사키대학의 아라카와 오사무 해양생물학 교수가 독 없는 복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복어 독에 대한 궁금증도 다소 풀렸다. 무독성 먹이만 먹여 양식했더니 독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독 없는 복어가 대량 유통되지 못하는 건, 양식 복어와 자연산 복어의 겉모습이 똑같아 독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 복어의 종류|복어라는 이름은 '배(腹)'와 관련이 있다. 복어를 영어로 '퍼퍼(Puffer)'라고 부르는 것도 복어가 물과 공기를 빨아들이면 '펍'하고 부풀어 오르는 데서 따왔다. 복어는 전 세계적으로 120~130종이 있지만, 식용 가능한 종류는 참복과 황복, 자주복, 검복, 까치복, 은복, 복섬, 밀복, 졸복, 가시복, 거북복 등 많지 않다. (<이미지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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