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대구 <안영감>
- 가게 이름 '안영감'이 무슨 뜻이에요?
"남편 성이 '안'씨인데, 성격이 꼬장꼬장하다고 해서 주변에서 영감 소리를 들어요. 그래서 '안영감'이라고 지었어요."
몇 해 전, <안영감> 김미영 대표님을 만났을 때 "우리 가게는 한우투뿔만을 고집하는데 이렇게 좋은 고기를 이런 가격에 만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음에 대구 내려오면 꼭 한번 들러주세요."
"예, 대구에 가면 꼭 찾아가겠습니다."
그 약속이 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에 대구를 방문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생각한 건, <안영감>의 한우투뿔과 <열무밭에 돈>의 분이열무국수를 꼭 먹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용지봉> 김수진 대표님의 환대로 이미 소고기를 먹었지만, 예정대로 <안영감>을 찾았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이곳의 시그니처 한우투뿔을 먹었다. 이미 소고기를 먹고 왔는데도 계속 손이 갔다.
한우, 게다가 투뿔(1++)인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 한우한마리(100g) 1만500원
● 한우갈비살 특수부위(100g) 1만5500원
● 한우양념불고기(600g) 1만9000원
● 란세트 | 한우갈비살(100g)+한우한마리(100g)+상차림=2만8000원
한우 가격을 더이상 낮추기 어려울 정도로 싸게 내놓으니 상차림(1인당 3000원) 비용은 따로 받는다. '란세트'는 상차림 비용을 포함해 200g에 2만8000원이다. 100g에 1만4000원. 마트에서 파는 고기 가격이 아니라, 음식점 가격이다.
순간, 개그우먼 안영미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이거, 미친 거 아냐?" 정말 미친 가격이다. 궁금해서 유명 고깃집 가격표를 보니 한우투뿔 등심(150g)이 3만7000원. 200g이라면 4만9333원이다. 안영감의 두 배쯤 되는 가격이다.
가게에 걸린 샐럽의 사인도, 이승엽 선수 등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이 많았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안영감>에서 한우투뿔 먹는 게 개이득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정감있는 미소를 잃지 않는 김미영 대표님이 내놓는 미친 가격의 한우투뿔. 대구에 가면 안영감에서 소고기를 꼭 먹어봐야 한다. 사람을 정말 미치게 한다. 퀄리티 좋은 고기 맛 때문에, 그리고 가격 때문에.
이 글을 쓰면서도 입맛을 다신다. #2019_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