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대구 <딱조아막창>
숱하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의 법칙'. 생활 속에서 많이 등장한다고 믿고싶어하는 대표적인 법칙은 '머피의 법칙(Murphy's law)'과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다. 머피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때, 샐리는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안 깨질 때 사용한다.
대구 10미(味) 가운데 하나인 막창구이 전문점인 <딱조아막창>. 이곳 막창은 '1248 법칙'을 따르고 있다. 12단계를 거쳐 손질을 하고, 보성 참다래로 48시간 이상 숙성시킨다고 해서 '1248 막창'이다.
가끔 손님이 많을 때는 막창이 있는데도 받지 못한 적도 있단다. 왜? 숙성된 막창 재료는 다 소진됐고, 다른 막창은 48시간 숙성되기 전이라서 그랬다고. 아무리 손님 욕심이 나도 이럴 때는 받을 수가 없단다. 48시간 숙성 법칙을 지켜야만 부드러운 식감의 <딱조아막창> 자격이 있기 때문.
참고로 '대구 10미(味)'는 이렇다고 한다. 육개장(따로국밥), 생고기(뭉티기), 동인동찜갈비, 복어불고기, 납작만두, 누른국수, 논메기매운탕, 막창구이, 무침회, 야끼우동.
<딱조아막창> 최태일 대표의 '막부심(막창 자부심)'은 1248 법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음식점은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받고 사랑받는가? 그렇지 않다. 음식에 엄마 손맛이 있다고 하듯이, 음식점엔 주인장의 맛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주인과 종업원의 손님 대하는 태도가 불쾌감을 준다면, 제 돈 내고 가시방석에 앉아 먹을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경험을 해봤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맛도 반감된다.
우리 뇌는 그렇게 반응하게 만들어져 있다. 단순히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갖고 종합점수를 매긴다. 사랑받는 맛집, 특히 지속가능한 맛집의 음식 맛은 '필요 조건'이지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
'충분 조건'은 음식 맛 외의 요소들로 뒷받침 된다. 손님에게 음식 외의 매력 포인트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매력 점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충분 조건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그 충분 조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인장(종업원)의 음식과 손님에 대한 태도다. 시쳇말로 '사람이 재수 없으면 밥맛이 없는 건' 만고불변이다.
<딱조아막창>의 가장 큰 미덕은 음식 맛과 주인장의 사람 맛이 잘 조화돼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가게라는 것이다. 음식과 손님에 쏟는 주인의 정성이 가식적이지 않고 안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는지는, 손님이 더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리고 계속 오느냐, 발길을 끊느냐를 결정한다.
딱조아막창의 최태일 대표는 피도 눈물도 많을 것 같은, 얼핏 보면 허당 끼도 보이는 친한 형·동생이나 삼촌·이모부 같은, 이웃사촌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딱조아막창은 참 '밥맛 있는' 집이다.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2019_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