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단상|서명숙의 책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다시보기
코로나로 다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때, 문득 이 제주도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을 버티게 해주었다는 해녀 삼촌들의 한마디입니다.
서명숙의 책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서평을 쓸 때 기사에도 인용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데, 다시금 읽어보니 해녀 삼촌들의 고단한 삶이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기사를 쓰면서 인상 깊었던 몇 대목을 옮겨봅니다. 궁금한 분은 맨 아래 기사 링크를 클릭해 전문을 읽어보시고, 더 궁금한 분은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숨을 쉬어야 사람은 산다. 그러나 숨을 쉬면 안 되는 직업군이 있다. 다름 아닌 해녀들이다. 스킨스쿠버들과는 달리 공기통이나 호흡기 등 기계의 도움없이 오로지 자기 호흡만으로 물질하는 해녀들에게 '숨'은 곧 목숨이다. 행여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참지 못하고 '물숨'을 쉬면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숨'은 해녀들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다." (p160)
(입으로 쉬는) 물숨은 죽음을 뜻하지만, 해녀들은 바닷속에서 다른 숨을 쉰단다. 가파도에 사는 70대 해녀 할망의 말이다. "물에 들어갈 때 쉬는 숨이 있고, 물건을 잡을 때 쉬는 숨이 있고, 나올 때 쉬는 숨이 있어요. 한 번 물에 들어가면 15~16번 정도는 숨을 쉽니다. 입으로 내쉬면 물을 먹게 되니까 가슴으로만 쉬지요. 물밖으로 나와서 진짜 입으로 내쉬는 거지." 물밖으로 나와 비로소 숨을 쉬며 내는 소리를 '숨비 소리'라고 한다. "호오이, 호오이~."
육지 사람에겐 낯설지만, 제주 해녀들에게는 정겨운 단어가 '불턱'이다. 해녀 문화를 잘 보여주는 불턱은 말 그대로 '불을 쬐는 곳'이다. 해녀들은 이곳에서 해녀복을 갈아입고, 중간에 휴식도 취한다. 뿐만 아니다. 물질이 끝나면 도란도란 둘러앉아 몸을 녹이며 수다를 떠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작업 일정에 대한 논의부터 소소한 집안 이야기와 동네 소문들까지 오가는 불턱 사랑방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불턱에서 나눈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것.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갈등의 불씨는 없애는 해녀 공동체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