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과 떼놓을 수 없는 문학
대학생 때 이산하 시인의 시(詩) '한라산'을 처음 접하고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게 '제주 4·3항쟁'이라고 하면,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과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과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로 기억된다. 한참 지난 뒤에는 그 목록에 오멸 감독의 <지슬>이 더해졌다.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백두산에서/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무등산에서/ 그리고 피어린 한반도의 산하 곳곳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모든 혁명전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로 시작하는 <한라산>은 1987년 무크지 <녹두서평>에 처음 게재됐다."|<경향신문> 원희복의 인물탐구, 2018_0324
이산하 시인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라산'은 내 비명이자 통곡"이라고 말했다. 이 시인은 지난해 에세이 <생은 아물지 않는다>와 올해 시집 <악의 평범성>을 펴냈다. 집에 있던 <한라산> 시집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그의 새 책 두 권을 모셔왔다. 시집 제목을 왜 한나 아렌트에서 길어왔는지 시를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악의 평범성' 연작 시를 읽기 전에 내 눈에 들어온 시 한 편은 '강'이다.
<강>
모난 돌과 바위에
부딪혀 다치는 것보다
같은 물에 생채기
나는 게 더 두려워
강물은 저토록
돌고 도는 것이다.
바다에 처음 닿는
강물의 속살처럼 긴장하며
나는 그토록
아프고 아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