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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한구 Aug 08. 2022

173. 마음을 움직이는 정신 에너지 3

축적된 에너지의 방출


정신 에너지는 행동의 동기가 되거나 실제 행동을 유발한다. 

정신 에너지가 축적되면, 방출하려는 힘이 작용하게 된다. 축적된 에너지의 양이 임계치를 넘으면 방출되는데, 정신 에너지의 방출은 본능적 욕동에 근거한 동기 이론으로서 정신역동 이론의 핵심이다. 정신 에너지는 삶의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 에너지의 일부는 신호불안을 만들거나 무의식적 내용을 의식으로 가져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정신 에너지가 모이면 실제 원인이나 근원과 관계없이 현상이나 결과로 작용하게 된다. 자동차의 엔진은 경유나 휘발유 같은 연료의 종류에 따라 작동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은 연료의 종류와 엔진의 형식과는 상관없이 작동하는 것만 보인다. 마음도 평상시에 드러나지 않다가 축적된 에너지가 작용할 때 보이지 않던 방향과 방식이 드러나기 때문에 관찰이 가능하다. 


홍수가 나면 없던 물길이 생겨 물난리를 겪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에너지의 작용은 물길과 같아서 흐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따라서 역동을 이해하고 다룬다는 것은 평상시 흐름이 아니라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할 때의 에너지를 살피는 것이다.


Photo by Lukas Hron on Unsplash


이런 상황은 위기나 위험의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는 방식으로 드러난 특정 경험이나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은 주로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힘을 수반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에너지의 축적이 되는 주기에 따라 일정 부분 반복된다. 라깡이 주이상스(jouissance)라고 불렀던 반복은 정신역동 분석의 대상이다. 주이상스는 쾌락을 넘어 고통으로 경험되는 '고통스러운 쾌락'의 상태인 병리적 증상을 즐기면서 역설적으로 만족을 얻게 되는 상태이다. 


주기적 반복은 큰 의미 없이도 재경험 되면서 다양한 고통을 유발한다. 의미 없는 반복이 왜 일어나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신분석에서는 그동안 어떤 것이든 의미 없는 것은 없으며 특별한 목적이 있다고 했는데, 라깡이 말하는 의미없이 반복한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반복된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냥 그렇게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쾌락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고통을 통해 쾌락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영화 Diva(2020) 중


에너지가 축적상태가 이어지면 방출을 위한 작용이 필요하다. 


이 작용에서 기존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 상태의 방향이나 속력을 유지하려는 관성에 의해 이전에 경험했던 작용이나 방식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에너지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작용과 원리를 이해하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은 강력한 힘이나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 에너지를 이해하는데 원인을 중시하는 프로이트는 신경증의 발생 원인을 과거에서 찾았고, 결과를 중시하는 융은 전체로써 심혼의 의도와 에너지의 흐름에 관심을 가졌다. 축적된 에너지의 방출과 작용 방식의 현상을 넘어 이면의 의미를 분석하면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사람의 본질적 문제는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고 반응한다는 점에서 물질의 구성원리와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정신역동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상징과 원형을 통해 분석하고 이해한다. 사람의 모든 활동이나 생각, 그리고 현상이나 꿈과 같은 비정형적인 것을 분석하는 기본 구조와 틀은 상징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사람의 에너지와 흐름을 이해하고 바꾸기 위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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