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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한구 Dec 02. 2021

03. 상담사가 내려놓아야 하는 것






상담의 시작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상담사로서 비용을 받지 않더라도 일상의 모든 행위가 상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상담사가 되는 과정에서 초기 자신의 재능이라고 믿었던 부분이 흔들리면서 혼란을 겪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전문성을 갖게 된다. 상담을 쉽게 생각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을 겪게 되며,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상담을 시작하게 되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혼란이 나타난다. 상담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많은 이론을 공부하게 된다. 전문 서적으로 공부하기도 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런 노력은 일시적으로 흥미와 위안을 주지만, 전문적 실력이 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관찰이나 자료를 통해 배우게 되는 지식이나 경험은 임상 장면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주기도 한다.



상담에서 내담자를 만나면
상담자의 지식이나 경험을
내려놓아야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상담자의 경험과 정서가 내담자와 상호작용에서 편향된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편향된 태도를 내려놓고 객관적인, 그러나 상대적인 태도의 균형을 이루면서 내담자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럴듯한 논리와 구성으로 내담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반영하게 된다. 이런 진행의 상담은 내담자에게 일시적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상담자는 말라버린 우물처럼 밑바닥을 드러내거나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두려움과 회피 경험을 하게 되며 좌절하면서 방황하기도 한다. 상담자의 이런 경험은 전문성 발달과 성장에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이지 않은 상담자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과 지지, 그리고 자신의 얕은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여 쉽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전문성이 발현되기도 전에 위태롭게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누구든 이런 경험을 할 수있다.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의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상담하거나 큰 실수를 해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상담자가 사람들에게 편한 웃음과 음성, 그리고 정서적 공감 등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잘 참고 착한 듯 보이는 외적 모습은 상담자에게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 수준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상담을 넘어서면 복잡성이 나타나고 상담자를 위축되게 하므로 전문적 상담자의 자질을 개발해야 한다. 상담자의 초기 발달단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고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담을 시작하면서 내담자와 이런 관계와 경험을 넘어서야 한다. 상담자의 인간적 자질에 의존한다면 상담에서 나타나는 여러 혼란은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목에서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줄 수 있다.





상담은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말이나 위로의 말로도 충분히 치유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생각을 나누고 좋은 글을 읽으면서 경험하는 일시적 치유 경험은 갈증을 해소하는 한 모금의 물이 되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말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좋은 말을 듣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에서 이혼 재판 중 상담위원으로 활동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서로 피폐해진 내담자들을 만났다.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 생활이 수년에서 수십 년이 지나면서 큰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상담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 아무도 옆에 있어 주지도 않았고, 도움을 주거나 받지도 못한 상태로 힘들게 버티기만 했다. 아니 어쩌면 가장 믿고 사랑받아야 하는 대상에게 오히려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었고, 자신의 근원인 부모로부터 외면받거나 자신의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고통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누군가의 지지였다고 믿기도 하지만, 지지를 받는 사람들도 구체적인 해결이나 문제대처 능력에 대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담은 이런 개개인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다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혼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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