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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에서

by 김차중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경포호를 거닐었을까


홀로 오지 않았다면

백로 한 마리 귀 기울이는

한밤중 물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사공의 배도 멈춘 까만 밤

달빛이 호수 위로 춤추지 않았다면

먼 길 경포호를 돌아볼 일이 있었을까


겨울이 온다고 재잘대는 갈대밭과

투둘투둘 눈물 적시는 물레방아


경포호를 거닐지 않았다면

슬슬 당신이 생각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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