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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성기행

월정사 그리고 전나무숲

- 여름에도 시원한 명상의 길

by 김차중
월정사 일주문 "월정대가람"

서울 기온 35도를 넘나드는 7월 중순의 날씨에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일주문 안으로 시작되었다. 숲길에 들어오는 햇빛도 발자국만큼만 고운 흙 위로 비춘다. 한여름의 햇빛일지라도 우거진 전나무 숲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길의 오른편에 호박돌이 길게 박혀있고 그 끝으로 범상치 않은 비석이 있다. "削髮紀念塔" 삭발기념탑이다. 수없이 사찰을 다녔지만 이런 비문을 본 적은 처음이다. 이 비는 출가의 의지를 다니는 의식을 치르는 곳이고 승려의 길에 들어서는 상징적 공간을 의미한다.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절이다.


해탈기념탑

신발을 벗고 걸을 수 있도록 길 전체가 가는 흙이다. 낙엽과 나뭇가지도 모두 청소가 잘 되어있다. 길의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중병을 앓던 사람이 이 길을 걷고 난 후 완쾌되거나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고 인연이 있는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럴 것도 한 것이 들어서기만 했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숨도 고르게 쉬어진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고작 1km 남짓한 거리다. 1,700그루의 전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사람들은 그 길을 걸으며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을 늦추고 가끔 멈춰 서서 길의 풍경을 감상한다. 땅에 비친 전나무 가지와 잎의 그림자마저 투명한 느낌이다. 그림자가 투명하다니, 마치 물 위에 뜬 것처럼 영롱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여러 나뭇잎에서 반사되는 햇빛이 교차해서 나타나는 형상일 것이다.


금강교와 오대천

숲길 옆으로 한강의 한 원류인 오대천이 흐른다. 한강의 시원지는 보통 태백의 검룡소를 칭하지만 오대천의 시작점인 우통수 또한 한강의 시원지이다. 우통수는 실라 성덕대왕이 태자 시절 머물며 차를 달여 공양을 올렸다는 신령스러운 물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세종실록에는 '오대산 수정암 옆에 물이 솟아 나오는 샘이 있는데 색과 맛이 보통과 다르고, 그 무게 또한 달라 우통수라고 한다. 우통수는 금강연이되고 한수의 근원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어쩐지 우통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상원사의 약수를 마셨더니 물이 흡수가 빠르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또한 상원사에 올라가는 길목에 "관대걸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곳에서 조선 세조가 몸을 씻고 피부병이 다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


상원사 관대거리 지명
상원사 약수터

월정사를 걷다 보면 수명이 다한 듯 속이 텅 빈 채 서 있는 나무가 있다. 나무의 지름이 2m를 훨씬 넘는다. 작은 나뭇잎이 자라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내주었지만 나무는 아직 내어줄 것이 많다고 말하는 듯하다. 오래오래 이 길을 지켜주면 좋겠다.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밑돌을 쌓았다.


숲속의 고

사천왕상이 지키는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섰다. 주말인데도 법당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경내의 빈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사찰의 대웅전 격인 적광전 앞에 섰다. ‘寂光(적광)’이란 번뇌가 사라지고 고요하고 맑은 깨달음의 빛이 비치는 세계인 극락정토를 의미한다. 적광전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적광전 앞에는 국보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이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져 수차례의 화재에에도 견딘 불굴의 석탑이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르는 많은 역사의 흔적과 유물이 탑 안에 얽혀있다. 탑 앞에는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석상은 모조품이며 진품은 월정사 아래 성보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1.8m의 이 석상 또한 국보이다.


월정사 적광전
석조보살좌상과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해탈의 숲길을 찾았다. 이 길 또한 월정사의 보물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토요일의 월정사, 그러나 이 길은 아무도 찾지 않았다. 내가 걷는 동안은 오로지 나였다. 월정사가 마지막 선물로 준 명상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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