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언제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몇 명 있다. 소위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그들의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사실 이정도면 정말 잘 살고 있는 인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친구 농사(?)라고 자부한다. 마음 터놓을 친구 한 명 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아닌가.
내 친구들은 겉보기에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성격도 정말 제각각이고, 만나게 된 계기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이들과 몇 년이고 트러블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궁금할 때가 많다.
고민 끝에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대화를 하면서 3가지 '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 3가지 요소는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정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대화의 법칙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발견한 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친구의 가치관에 충고하지 않기
놀랍게도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비웃는 친구가 간혹 존재한다. 특히 이런 특성은 어릴 적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내 기억에 이런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는 데에도 능했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가진 것을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함부로 제재를 걸거나 자신의 방식을 요구하는 건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다. 가끔은 이 친구를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건 그 친구의 가치관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다.
도저히 내가 불편해서 만날 수 없는 지경이라면, 뭘 고민하는가? 서로를 위해서라도 절교가 답이다.
둘째, 타인의 뒷얘기로 시간을 보내지 말기
친구끼리 다른 사람의 뒷얘기나 불만 토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공공의 적이 있으면 관계가 좋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된 것인 만큼, 싫어하는 사람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제3자의 일거수일투족에 트집을 잡고 ‘어딘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만날 때마다 새로운 누군가의 뒷얘기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다. 처음에는 맞장구치며 공감하게 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게 이어지거나 모든 대화가 그런 흐름으로만 이어지면 이내 지치게 된다.
심지어는 '얘가 나에 대해서는 또 어딜 가서 무슨 얘기를 할까' 하면서 궁금해진다. 당연히 이들과 만나는 일 자체가 피곤하게 여겨지게 된다.
셋째, 세상의 힘든 얘기를 모두 끌고 오지 말기
인생살이란 팍팍하고 그다지 재미도 없는 것이다. 늘 내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고 뉴스를 봐도 세상은 한숨 나올 소식들로 가득하다. 친구와는 고민을 주고받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서로에게 제시해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얘기만 할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 그런 문제를 실컷 토론하고 나서는 재미나고 행복한 얘기로 서로에게 즐거운 만남이 되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만나게 되면 피차 각자 우울한 얘기만 잔뜩 늘어놓을 것 같은 시기에는 그냥 만나지 말거나, 미리 양해를 구하고 고민상담 목적으로 만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자주 만남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만이 반드시 좋은 친구인 건 아니다. 가끔 만나서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시각을 넓힐 수 있도록 해주는 친구 역시 좋은 친구가 맞다. 이들은 나와 꼭 맞지도 않고 다소 불편함도 느끼지만 그래도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 연락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만남이 기대되는 친구가 있으면 삶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든든한 위안이 된다. 오래 가는 친구가 있다는 건 변함 없는 나만의 지지자가 있다는 말과 같다. 내 스스로도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친구가 편한 만큼 존중을 보여주는 것도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좋은 친구를 찾는 과정은 내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