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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sson Jan 10. 2020

[Review] 파인드 미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꾼들의 이야기

솔직하게 고백컨대, 리뷰를 작성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책은 처음이다. 책을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대체 내가 이 이야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하면 ‘읽어줄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할 수 있을 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줄여서 콜바넴)> 영화를 보고 책까지 흥미롭게 읽고 난 사람들이라면 이 후속작인 <파인드 미>를 접하면서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도 아니었고, 읽는 내내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전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가 미묘한 평행선을 발견했다고 할까. 우연한 만남, 뜻밖의 사랑,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는 인생에 구태여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느끼는 이질감의 근원지도 바로 이처럼 감정에 충실한 인물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사랑꾼’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삶을 간접경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문학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독자들이 혹시나 장성한 엘리오와 올리버가 어떻게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을 꽃피울 것인가, 와 같은 가벼운 호기심으로 이 책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정중히 말리고 싶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은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앨이 미란다라는 젊은 여성을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스토리라인만 듣고도 독서를 과감히 포기할 독자들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일련이 이야기들이 ‘사랑’을 중심 주제로 하여 일관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인공인 새뮤앨이 미란다와 미란다의 아빠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1인칭 시점의 사랑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양날의 검이 바로 이러한 자의적 시각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3인칭 소설이었다면 그 정도로 솔직할 수 없었을 테고, 덜 부담스러운 만큼 덜 재미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책의 가장 높은 장벽일 이 <템포> 편을 지나면 엘리오와 올리버가 각자의 사랑을 경험하는 이야기, <카덴차>와 <카프리치오>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리듬, 각자의 패턴에 맞춰 상대를 바라보고 사랑한다. 그 형태는 언제나처럼 우연한 만남이 되기도 하고, 한 번에 두 사람을 동등하게 사랑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물론 엘리오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연상, 올리버는 연하에 눈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코웃음이 나왔다는 것은 비밀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쉽사리 변하지 않는 법이니 존중하기로 한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만남을 기다렸던 독자라면, 달랑 13쪽에 걸친 마지막 이야기 <다 카포>에서 눈물이 터질지도 모른다. 아버지 새뮤앨까지 끌어들여가며 작가는 사랑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낭만적으로 피력하고, 한계가 되어서야 둘의 만남을 그려넣는다. 얼핏 황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기나긴 여정 속에서 이 둘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된 나름의 개연성을 찾아보게 될 수도 있다. 사랑의  힘을 믿고 그 안에서 감동을 발견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독자라면 아마 앞선 전개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지는 희열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파인드 미>는 그야말로 사랑의,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 이야기다. 엘리오와 올리버라는 두 인물을 중심축에 두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 소설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시 한 번, 엘리오와 올리버만을 떠올리고 이 책을 집었다면, 끊임 없는 형태변환을 통해 이어지는 사랑의 폭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한번 더 자문해 보길 바라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추가로, 나는 편안하게 입욕제를 풀어 놓은 욕조 속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굉장히 잘 어울리는 독서법이었다. 읽어 보실 분들이라면 참고해 주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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