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고독

여명의 시 十 - 첫꽃과 국화 九

by 한월

六 가을의 고독

지평선이 보이는 해질 무렵 횡단보도

건널목 앞에
멈춰선 차들의
방향지시등의 시선

그 눈들을 바라보는

건너며 무심코
뒤를 돌아보는 일은
무언가의 결핍

바로 앞의 노란색 보도 블록
그 절벽까지 내가 발을 내미는 이유는
광인(狂人)의 발광(發狂)이 아니라

아직 숨이 붙어 있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사탕 발린 말만 골라서
거짓된 눈물을.

꽃, 꽃, 꽃이 떨어졌으므로,
꽃, 꽃, 꽃이 올랐으므로,
굽이굽이 피우고
뚝뚝 떨어진다.

점점 혼자에 스며들어
언어의 감도(感度)가 선명해지니,
비웃는 달밤에 나가기 전

울림에 깨진
꽃병을 원래대로.

잊어버릴 꿈에서
깨기 전에 원래대로.

고독의 파도가 치는 가을 바다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몸으로 맞이해야 하리라.

일요일 연재
이전 09화만난 적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