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억누르는 게 불가능한 인간.
오늘은 정신과에 갔다 왔습니다. 평소에 먹던 약이 다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방학이기도 하고, 무더운 날이 지속돼서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갔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온도가 높은 시간대인 낮에 나갔기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습니다. 마치 폐에 물이 차는 느낌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이 말은 매년 여름마다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약이 다 떨어져서 아침에 약을 먹지 못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먹는 게 약이었는데 말이죠. 저도 그리 성급하게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 맥박이 미친듯이 빨라져서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픕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 탓에 밖에 나가자마자 공황 발작이 갑자기 또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 때문일까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규칙적인 생활이란 제대로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삼시세끼를 알맞게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나서 씻고 밤 11시에 잠에 드는, 그런 이상적인 생활입니다.
아무래도 이게 전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실질적인 원인은 이겁니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 요즘 글을 쓸 때 빼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기만 합니다. 그저 멍하니. 그런데 요즘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오랜만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은 것 때문이겠지요. 여기서 말하는 글은 소설이에요. 단순히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소설, 잘 쓰고 싶다는 강박이 요즘 골치를 아프게 한 일이에요. 뭐, 거기서 거기인 걸까요.
감정을 억누르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저는. 감정을 억누르면, 불안도 감정이니까 불안에서 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명상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뭔가 신성한 것이라는 듯이 말하던데…….
명상이나 운동.
운동은 여름이니까 제대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잠시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굳이 줄넘기라든가 달리기, 군대에서 하는 뜀걸음?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런 건 전부 숨이 차는 일들이지 않나요. 뭐, 물론 그러면서 땀을 흘리고 정신 없이 한다는 점에서 잡생각을 일시적으로나마 멈출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명상은 정말 어떻게 하는 건가요? 뭔가 신성한 듯이 말하던데요…….
아무튼 명상은 욕심 따위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잖아요? 정확히는 생각을 비우는 것이었나요.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가능한가요? 명상을 쉽게 말하던데…… 저는 전혀 쉬워 보이지 않거든요.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이나 마음을 그리 손쉽게 비울 수 있는 거지요?
명상 또한 운동이지요?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
그런 건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거창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알려 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쉽사리 감정, 마음, 생각,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 거죠?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게 정상인 거겠지요? 저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전부 잡생각이긴 해도 전부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딘가 쓸모가 있지 않은 아이가 아닐까 하며 연민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죠? 농담이예요. 비유적으로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생각을 끊임없이 합니다. 그게 정상이지요?
감정이란.
고독, 불안, 외로움, 쓸쓸함, 슬픔, 우울.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지만 늘 밤 늦게까지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집안에 흐르는 적막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 적막을 가르려고 어떻게든 사람의 소리가 집안에 들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혼잣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이나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나마 할 수 있게 된 건 사소한 집안일이라도 하는 거였습니다.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저도 역시 이 세계를 부정하고 있는 걸까요. 저도 언젠가 자신의 세계를 찾고 싶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여행. 그것에서부터 오는 성장통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또한.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요. 기쁘거나 재밌는 일이 있으면 웃어요. 슬프거나 안타까운 일이 있으면 울어요. 화내는 건...? 저는 어떨 때 화를 낼까요?
저는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게 무서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요.
화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이 괴물이 되는 걸까 하고요.
그나저나 배가 고픈 일을 느끼는 건 참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복마저 느끼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쯤 영양실조로 쓰러졌을까요. 하지만 실제로 공복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밥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물만 마시며 버텼을까요. 술은 절대 안 돼요. 흡연도. 카페인도. 하지만 카페인을 지양해야 되는 건 아쉽네요.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커피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기피해야 하는 일이라니. 너무 비극적이지 않나요. 자기 연민은 어쩌면 달콤한 유혹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한때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흔적들을 막상 찾아 보면 그저 허무함과 당혹스러움이 컸습니다. 야속한 세월이라며 감탄하지요.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명언은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 말이죠.
일기나… 뭐 그런 것 따위의 수필만이 저에게는 맞는 걸까요. 그나저나 글을 쓴다고 해서 마냥 문학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문학인이라면 역시 독서가 기본이겠지요. 순수 문학. 그게 좋겠죠. 물론 그런 것뿐만 아니라 종이로 된 책이라면 신뢰가 가니까요. 번역, 망상은 취미. 그런 건 아마추어도 뭣도 아니죠. 아무리 망상이라는… 망상은 상상이 아니군요.
저는 생각이 많고 그중에서 쓸모 있는 게 있다고 믿고, 신박한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부 크나 큰 오해, 착각이었군요. 제 글은 그저… 뭐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