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원격수업. 2학년 19과 '克己復禮(극기복례)'가 학생들에게 어렵겠다 싶어 출석 부르고 졸음방지 출석퀴즈를 냈습니다.
"지금 졸리고 피곤하다 1, 보통이다 2, 컨디션이 좋다 3으로 적어 주세요."
비밀댓글 보니 1이 많습니다.
"이번엔 1을 쓴 친구만 대답해 주세요. 졸릴 때 어떻게 졸음을 이겨내시나요?"
아이들 답을 이름 안 밝히고 읽어 줍니다. 운동. 세수. 양치. 노래감상. 달달한 걸 먹기. 시원한 물 마시기. 올바른 자세 하기. 에너지 드링크 2캔. 정신력으로 버틴다. "책상에 머리 한 번 박기"에 순간 '헉'! 뺨때리기, 귀 잡아댕기기도 짠합니다.
"여기에 보면 자기를 이긴다고 되어 있는데요. 지금 너무 졸리지만 잠을 자거나 수업을 빼먹지 않고 이 자리에 와서 힘을 내어 수업 듣는 것도 자기를 이기는 거예요. ㄱ에게 물어볼게요. 혹시 다른 아이에게 패드립 들어 본 적 있으세요?"
"네."
"그러면 패드립을 하는 건 친구에 대한 예의가 맞을까요, 아닐까요?"
"패드립을 한다는 자체가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어떤 친구들은 애정의 표시로 패드립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패드립이 예의가 아니죠. 맨 마지막에 禮(예)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자기를 이기고 예를 되찾는다는 말에서 예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겠습니다. 아까 ㄱ가 말한 것처럼 이유가 있으니까 패드립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패드립을 하는 게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친구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거나 패드립을 하고 싶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 그것도 仁(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ㄴ에게 물어볼게요. 우리 반 친구들이 ㄷ선생님(담임선생님)께 반말 하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죠. 이것도 예거든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반말을 하지 않고 높임말을 쓴다. 그것도 예가 되고요. 그러면 ㄹ에게 물어볼게요.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은 예일까요, 예가 안 될까요?"
"예가 아니겠죠."
"맞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가 많이 하는 것들 중에 뒷담화라든지 가운뎃손가락 올리기라든지 패드립 같은 게 있는데요. 공자가 안연에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생각할 때는 네가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구를 이기고" 자기를 이긴다는 건 내멋대로 하고 싶거나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싶거나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고 싶어도 내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망을 이기는 거예요. 그 다음에 예를 되찾는 것. 학생은 수업시간에 수업을 잘 듣는 게 예를 되찾는 거겠지요. 친구들끼리는 뒷담화나 욕을 안 하고 좀 괜찮은 말을 쓰는 게 예일 것이고요. 내가 내 마음대로 막 하고 싶다가도 - 누구나 그런 욕망을 가질 수 있어요 - 그걸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하늘과 땅 차이겠죠."
"ㅁ에게 물어볼게요. 만약 ㅁ가 어떤 친구에게 속상한 일이 있어서 다른 친구에게 뒷담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럴 때 뒷담화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욕을 하면 사이가 안 좋아지고. 욕을 안 하면 사이가 안 좋아지지 않아요."
"저도 사실 욕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참 잘한 건 비속어나 욕을 쓰지 않은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수업시간에 욕이나 패드립을 섞어 쓰면 여러분들이 듣기가 좀 그렇겠죠. 내가 나쁜 마음이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은 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이 克己(극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