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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Nov 28. 2021

노자와 장발장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습니다.

그보다 단단하고 힘센 것을 물리치는 데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이를 대신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 노자(오강남 옮김), 도덕경, 78장​

(교과서 해석보다 이 번역이 좋아 옮깁니다.)​

2019년 12월 11일(수) 5교시, 13일(금) 3교시에 2학년 학생들과 이 글을 나누었습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세찬 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빛이었다며 이야기 풀어가다 어린 날 읽은 장발장이 떠올랐습니다.

"장발장이 왜 감옥에 갔죠?"

"빵 훔쳐서요." "조카들 주려고요."

"장발장이 감옥에 몇 년 있었지요?"

"19년이요!"


"사실 장발장은 억울했을 거예요. 빵 하나 훔친 건 잘못했지만 징역 4년은 너무하잖아요. 탈옥하고 또 탈옥하다 19년만에 나왔을 때 그 누구도 장발장에게 잘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장발장이 달라졌지요?"

"그... 신부님이 은촛대와 은식기가 훔친 게 아니라 준 거라고 해서요."

"맞아요. 미리엘 신부님. 번역본에 따라 밀리에르 신부님이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장발장의 삶을 바꾼 사람이 사실  명 더 있어요."


"자베르인가요?"

"아니요!"

"그... 여자아이예요?"

"정답! 코제트예요. 코제트 엄마 팡틴을 돌봐 주다 코제트를 알았고 테나르디에 여관에서 아이를 찾아왔잖아요. 장발장이 결혼했나요?"

"아니요~"

"자기 아이를 낳아 본 적 없던 장발장이 코제트를 돌보면서 또다른 사랑을 배워요. 미리엘 신부님께 받은 용서와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있었기에 자베르를 살려줄 수 있었겠지요."


수업을 맺으면서 찬찬히 말했습니다.

"오늘 배운 노자는 상용 선생님께 배웠어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노자에게 물으셨어요. "내 혀가 있느냐?" "있습니다." "내 이가 있느냐?" "없습니다." 노자는 선생님 말씀을 평생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이들이 살짝 숙연해집니다.

"힘세고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 있던 장발장을 자베르가 아닌 미리엘 신부님과 어린 코제트가 움직였어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깁니다."

중학교 한문 (천재교과서)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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