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왜 해요?" 복직 첫해 수업시간마다 투덜투덜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말만 안 했지 다들 비슷한 듯. '한자의 기초' 단원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돕고 싶었습니다. 저야 한문 좋아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건 아니잖아요. '어떡하면 교과서 답 뛰어넘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낼까?' 2020년 4월에 온라인 개학해서 단방향 영상으로 수업한 부분을 2021년에는 1/3등교 두번째 등교 주간에 담았습니다.
2과 복습 마무리하고 PPT로 운을 띄웠습니다.
"한문 왜 해요? 선배들이 자주 묻던 말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우리말에 많이 들어간다. 한자를 알면 우리 문화를 더 잘 알게 된다. 원격수업 때 '우리가 한문을 배우는 이유'를 한 번 써 봐선지 이런저런 답을 말합니다.
교과서 내용을 쉽게 다듬어 PPT로 보여 주면서 학생 하나하나를 찬찬히 바라봅니다.
"먼저,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입니다. 여기 칠판 한자어예요, 우리말이에요?"
"한자어요" "우리말이요"
"칠할 칠, 널 판. 한자어입니다. 책상은? 책 책, 평상 상. 교실은? 학교 교, 방 실. 한자어 참 많죠? 한자를 알면 우리말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답니다."
다음 단계. "지금은 한자 하나하나를 익히지만 2학년 되면 한문 문장을 배울 거예요. 한자, 한문 공부하다 보면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문화를 더 잘 알게 되어요. 좋은 건 이어 가고 더 멋있게 만들기! 저는 좀비 영상 안 보는데 <킹덤> 아세요?"
여러 명이 끄덕끄덕.
"이거 뜨면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갓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어떤 유튜버는 3D펜으로 갓을 만들었죠."
"나 그거 본 거 같아" 몇 명이 속닥속닥.
"사극이나 영화 중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한 줄에서 예술적 상상력을 꽃피워 시작한 작품이 꽤 있답니다. 물론 옛날 것이 다 좋은 건 아니에요. 남존여비 같은 건 따라 할 필요가 없겠죠. 임진왜란 전에는 딸도 아들과 같이 부모님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전쟁 지나면서 제사 지내는 장남에게 재산을 더 많이 물려줬어요. 어렵고 힘든 시기 지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낮아졌고요."
또롱한 눈망울에 말이 길어집니다.
"한문을 잘 알면 옛날 글에서 지금 여러분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답니다. 어떤 사람이 스물 다섯 살까지 친구가 없었어요. 엄청 똑똑한데 집이 가난하고 신분이 낮았거든요. 이 사람 기분이 어땠을까요?"
"쓸쓸하고 외로워요."
"물론 그랬겠죠. 근데 이 사람은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달랐어요. 친구가 없으면 내가 나를 친구 삼는다. 한문으로는 오우아라고 해요. 나 오, 벗 우, 나 아."
"스물 다섯 살까지 친구가 없었던 그 사람은 친구를 만났을까요? 못 만났을까요?"
만났다. 못 만났다. 다양한 대답들.
"만납니다. 마음이 바르게 서 있는 그 사람을 알아 주는 친구들을 만났거든요. 『열하일기』 쓴 박지원, 『북학의』 지은 박제가, 그리고 그때 반짝반짝 빛나던 학자들. 그리고 평생 우정을 간직합니다."
몇몇 학생들이 바짝 집중합니다.
시간이 많이 가서 한자문화권 나라와 소통하는 부분은 짧게 하고 <유 퀴즈 온 더 블럭> 54회 이명학 선생님 편을 3분 정도 보고 1차 주제논술 연습 시간을 주었습니다. 논술은 찬반 입장을 정해서 쓰게 하고 수행평가 일정 및 주의사항을 다시 안내했습니다.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말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저에게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이 되기를.
* 수업 때 쓴 영상입니다. 학생들이 가끔 큭큭.
<용수철이 이런 뜻이었어?!(충격) -
이명학 교수님의 신기한 한자 교실>☆
수업 때 썼던 파워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