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겨울방학에 처음으로(어쩌면 3년 동안 유일하게) 한문 보충수업을 했습니다. 1월 3일 월요일 3교시 칠백의총, 1월 12일 수요일 2교시 형제투금, 1월 15일 토요일 4교시 차계기환. "겨울 보충수업의 (거의 유일하게) 좋은 점! : 새해의 첫 달에도 할 수 있다는 거. (1월 1일은 공휴일이니까 안 되겠지만) 1월에 한문 수업을 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지!" 교과서 한켠에 쓴 말처럼 보충 세 시간은 한없이 설레고 가슴 뛰는 순간이었습니다.
입시 과목 중심으로 빡빡하게 돌아가던 일상에 한문 시간은 존경하는 스승님을 뵈면서 옛글과 함께 마음 한자락 쉬어 가던 나날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좋아 은사님과 같은 길을 걸었지만, 그해 겨울처럼 한문 과목으로 보충수업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특기적성은 수능 과목 중심으로 채워졌고, 교직 초기에 중학교에서 한자능력검정시험 방과후 할 때 빼고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한문수업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교과보충 집중 프로그램 예산이 내려오면서 생각지 못한 보충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한문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이 있어 수요일에 줌(zoom)으로 첫 모임을 열었습니다. 한문이 재미있어 온 아이, 더 잘하고 싶어서 온 아이. 평소 수업 때 조용하게 공부하던 아이들이 더 크게 들어왔습니다. 지난 주에 학생 명단 받고부터 떨리던 마음이 한자와 옛이야기로 마음 나누면서 차츰 잦아들었습니다.
스스로 한문수업 찾아 신청한 학생들과 공부하긴 처음이라 더 두근두근 감사했던 보충수업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대면수업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겠지요? 수업 마칠 즈음에는 저도 아이들도 한 뼘 더 자라고 뜻밖의 시간이 평온한 쉼, 고운 그림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겨울 보충수업에서 하나하나 새긴 지혜와 따뜻함을 물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