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의 『열하일기 연구』(2022)
내 마음의 비타민
읽은 날 : 2022.1.21(금)~7.22(금)
쓴 날 : 2022.7.23(토)
면수 : 842쪽
'참 오래 읽었구나!' 마지막 장 덮으며 지난 여섯 달을 돌아봅니다. 어렵고 가끔은 무미건조하나 읽다 보면 무언가 쑥쑥 차오르던 책. 제 삶에 분수령 같던 여러 책을 떠나보내는 날이면 동 트는 새벽을 맞는 설렘이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열하일기 연구』는 사연 있는 책입니다. 32년 전 초판, 이번에 수정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활자본 초판을 한글 파일로 입력해 준 제자에게 화답하듯 연암 연구의 성과를 한 곳에 모은 정성을 읽습니다. 평생을 담은 공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아껴 읽은 까닭입니다.
1부는 초판의 흐름을 따라선지 술술 넘어가는데 2부가 만만치 않습니다. 목차 보면 논문 세 편이나 긴 터널을 지나는 듯했습니다. 방학하고 <『열하일기』 이본의 특징과 개작 양상> 마지막 부분 읽다 '아!' 찐한 말, 직설적인 부분, 요즘 말로 심의에 걸릴 만한 표현이 다듬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진득한 연구의 이유와 의의를 깨닫습니다. 선물 같은 미주와 참고문헌, 연표도 찬찬히 새깁니다.
다시 한문책을 읽습니다. 긴 역사, 짧은 삶, 더 깊고 넓은 눈빛을 배웁니다.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한 종합비타민처럼 녹여 먹으면 쓰지만 오래 남는 책. 제게는 『열하일기 연구』가 그랬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열린 마음으로 드넓은 세계를 보라'고 역설한 『열하일기』는 21세기 지구화 시대에 '살아 있는 고전'으로 갈수록 빛을 발할 것이다. 5쪽
열하라는 원명은 이 무열하 연변에 온천들이 많아 겨울에도 강물이 얼지 않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21쪽
그는 평이하고 질박한 느낌을 주는 문자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한 자 한 자가 최대의 의미를 함축하도록 용자(用字)에 극도의 신중을 기함으로써, 매우 중후하고 시적인 여운을 남기는 문체에 도달하고 있다. 211쪽
- '그'는 연암 박지원입니다.
『열하일기』 중의 필담들이 여느 연행록의 경우와는 달리 비상한 흥미를 자아내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해학적 수법 때문이다.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필담의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적재적소에 해학담을 삽입하여 진지한 논의에 따르는 긴장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37쪽
-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성인'(聖人: 공자)이 노나라의 역사를 기술한 책의 이름을 '춘추'(春秋)라고 지은 까닭은, 장구한 시간의 차원에서 보자면 240년에 걸친 노나라의 역사도 봄이 가을로 변하는 짧은 기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427쪽
연암은 유언호와 금강산 유람 때 처음 만나 교분을 맺은 이래 평생지기로서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다. 7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