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입본/박동욱의 『중년을 위한 명심보감』(2022)
나를 벼리는 말
읽은 날 : 2022.5.21(토)~6.3(금)
쓴 날 : 2022.6.3(금)
면수 : 352쪽
여러 번역으로 『명심보감』 보았지만 '중년을 위한' 다섯 글자 덕분에 찾아 읽었습니다. 분홍빛 하늘 담은 책에서 번역과 평설을 꿰뚫는 말은 '순명(順命)'입니다. "순명이란 운명주의와 다르다. 내가 선행을 바탕으로 내 할 도리를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7쪽) 새 책 온 날 공책에 초록 펜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쓰며 다정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출퇴근 길에 아껴 읽은 글은 바쁜 날의 쉼이면서 저를 벼리는 말이었습니다. "중년의 나이는 그동안 살면서 해왔던 선한 일이나 악한 일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는 시점이다."(26쪽)에서 '중(中)' 한 글자의 무게를 읽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삶을 마주보아야 삶이 달라질 수 있고 다르게 만들 수 있다."(193쪽)에 풀리려는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결이 다릅니다. 9년 전 다른 번역본으로 만나던 봄에는 원문, 이번에는 평설에 더 눈이 갑니다. 오래 남은 말은 공책에 옮겨 쓰고 SNS에도 올립니다. 읽으면서 삶을 더 길고 넓게 보며 가족과 이웃을 품는 말도 묵직하게 새깁니다. 여러 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음표를 그리던 5월, 작은 책에 담긴 우주가 왜 그리 고맙던지요.
한문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번역과 평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있습니다. 『중년을 위한 명심보감』의 가장 큰 미덕은 깔끔하고 맑은 글입니다. "엄함은 세상에 대한 조심성을 가르쳐 준다."(163쪽)처럼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통찰, 원문의 출전과 예전 번역에서 바로잡을 부분을 정리한 세심함을 배웁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대신 활자가 작아 큰글씨 책이 나오면 더 좋겠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명심보감』은 인간의 길에 관한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선행善行을 바탕으로 하늘에 순명順命할 것을 강조했다. 순명이란 운명주의와 다르다. 내가 선행을 바탕으로 내 할 도리를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하늘이 끝내 내 편이 되어 주리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위로가 되어 준다. 7~8쪽
사소한 선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선이란 크기의 정도보다 실행의 빈도가 더 중요한 법이다. 14쪽
중년의 나이는 그동안 살면서 해왔던 선한 일이나 악한 일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는 시점이다. 그동안 무심코 저질렀던 악한 일은 단호히 하지 않고 드문드문 해왔던 선한 일은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26쪽
세상에서 여태 제대로 못 보고 못 읽어 내고 있던 그 사람을 제대로 읽어 내는 힘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보는 그 사람이 그다. 78쪽
매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중년이 넘어 조금씩 보상을 받게 된다. 82쪽
안분은 분수에 만족하는 것이니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지기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니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이다. 97쪽
작은 일을 잘 처리하고 자식을 잘 가르쳐야 한다. 157쪽
부모의 가르침을 통해 자식은 더 좋은 미래를 설계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된다.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