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고전, 발견의 기쁨』(2022)
옛글과 오늘이 맞닿는 순간
읽은 날 : 2022.7.6(수)~7.23(토)
쓴 날 : 2022.7.24(주)
면수 : 410쪽
"학문의 힘은 성실한 노력과 정확한 분석 말고도 식지 않는 호기심에서 나온다." 뒤표지 글이 좋아 끝까지 읽었습니다. 바쁜 학기말 출퇴근길에 읽는 글은 반갑고 가뿐했습니다. 책장에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 아주 가끔 옛글과 오늘이 맞닿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잔잔한 기쁨에 2시간 자고 출근하던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고전, 발견의 기쁨』은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책입니다. 논문이 있어선지 정민 선생님 다른 책보단 어휘가 조금 어려운 편입니다. 이덕리와 『상두지』는 다른 책에서 만났지만 그밖의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것입니다. 낯선 길 따라가다 보면 어떤 날은 감이 잘 안 오고 또 어떤 날은 읽은 글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공부하는 선생님도 그러셨겠지요.
가장 먹먹하게 읽은 글은 <사실과 진실의 거리 - 「상찬계시말」을 통해 본 양제해 모변 사건의 진실>입니다. "이강회는 양제해 모변 사건의 원인을 제주 아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결성한 상찬계의 비리와 부정에서 찾았다. (중략) 이에 의분을 느껴 집필한 것이 바로 「상찬계시말」이다."(116쪽) 다산의 강진 제자 이강회가 흑산도에 귀양 온 김익강을 만난 일, 사명감을 갖고 사건의 전모를 기록한 과정이 놀랍고 아슬아슬합니다.
사진으로 이덕무의 자필 필사본 『영처집』 보았을 때 뜨겁던 울림, 정학유의 「부해기」에 실린 마음 읽은 기억도 여름 햇살 아래 담아갑니다. 공부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누어야 할지 깊이 생각합니다. 고마운 책 목록에 한 권 더 넣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글 속에서 이강회는 사건의 개요와 발생 원인을 제시하고, 주요 당사자들의 열전을 나열하는 형식으로 사건의 전체 얼개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17쪽
상두는 뽕나무 뿌리다. 올빼미가 지혜로워 큰비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새는 곳을 미리 막는다는 뜻이다. 197쪽
- 왜 '桑土'를 상두라 읽는지 궁금했는데 오랜 의문이 풀렸습니다.
병술 2월,
보슬비 선듯하여
골짝의 새는 막 지저귀고
추녀 밑 매화는 망울을 부푸는데
丙戌中春, 小雨微寒, 谷鳥初囀, 簷梅方團.
병술중춘, 소우미한, 곡조초전, 첨매방단.
- 성대중, 『영처집』 필사기, 216쪽
- 읽으면서 <피파의 노래>와 꼭 닮았다 생각했습니다.
남녀의 구별이 엄격했던 시기여서 여성들은 바깥출입조차도 자유롭지 않았다. 그녀들은 여자 이야기꾼을 집으로 데려와 온 집안의 여성들을 모아 놓고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그도 아니면 글을 잘 읽는 가족 중 한 사람이 대여점에서 빌려 온 소설책을 가족들에게 읽어 주는 방식으로 소설을 향유했다. 297~298쪽
두 사람은 1933년을 전후한 시점에 처음 만났다. 당시 석주명은 25세의 젊은이였고, 정인보는 41세의 중년이었다. 석주명이 23세에 송도고보 박물교사로 취임하고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중략) 이후 위당은 석주명이 세계적인 나비학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고, 그의 학문이 나비에 머물지 않고 지리학과 언어학으로 확장되어, 제주방언 연구까지 이르는 과정을 경이의 눈길로 지켜보았다. 346~347쪽
- 나이를 뛰어넘은 만남과 교유, 서로를 알아 주는 따뜻함이 맑고 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