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전집』(2020)

실행이 답

by 스마일한문샘

읽은 날 : 2021.4.1(목)~8.16(월)

쓴 날 : 2021.8.17(화)

면수 : 887쪽


한문 전공이지만 『고문진보』 다 못 읽어 서늘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두꺼운 책 사놓고 세월만 보내다 '시작이 반이다. 하루 두 쪽이라도 읽자!' 그렇게 한 장 두 장 넘기다 여름방학 앞두고 학생들과 덜컥 약속했습니다. "저의 여름방학 계획은 『고문진보 전집』 다 읽고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겁니다."


매일 20쪽씩 읽고 탁상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전집(前集)은 한시라 이해 안 되는 글도 많았지만 알든 모르든 꼬박꼬박 보았습니다. 꼬맹이 유치원 방학 기간에 읽은 글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두보와 소동파가 원망스러울 즈음 맑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을유문화사 2020년판입니다. 방학 때 『당시 일백수』와 같이 읽으면서 같은 시를 다양하게 번역하고 분석하는 부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을유문화사 책은 한문 원문과 독음, 번역과 주석이 한 장에 모여 시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아주 가끔 오자가 있지만 전체 내용에 비하면 적습니다.


작은 계획을 하루하루 실행하면서 다른 일에도 가속이 붙었습니다. 마음만 있고 맴돌던 일들을 하나하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이후 가장 덥고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어야 했던 여름, 아이들 보며 옛글 읽고 쓰면 나뭇잎 사이 햇빛과 찰랑이는 달빛이 찾아왔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한 약속을 지켜서 기쁩니다.


<마음에 남은 글>


창 앞에서 성현의 옛 책을 읽고,

등불 밑에서 책의 의미를 찾아보네.

- 왕안석, <학문을 권하는 글>


窓前看古書, 燈下尋書義.

창전간고서, 등하심서의.

- 王安石, <勸學文(권학문)>, 51쪽


달빛 숲속에 맑은 나무 그림자들.

- 두보, <용문의 봉선사에서 노닐며>


月林散淸影(월림산청영)

- 杜甫, <遊龍門奉先寺(유용문봉선사>, 99쪽


출렁이는 강물 위에 햇살이 반짝이고,

일렁이는 풀잎 끝에 바람이 스치운다.

- 사조, <서도조의 시에 화답하며>


日華川上動, 風光草際浮.

일화천상동, 풍광초제부.

- 謝脁, <和徐都曹(화서도조)>, 119쪽


무엇 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물으면,

평생 동안 반드시 할 일 있다 말하네.

- 강엄, <전원으로 돌아와>


問君亦何爲, 百年會有役.

문군역하위, 백년회유역.

- 江淹, <歸田園(귀전원)>, 149~150쪽


사람이 나서 젊은 때

다시는 오지 않으니,

푸르른 봄 잡고서

헛되이 내던지지 말라.

- 장영, <술을 권하며 이별을 슬퍼함>


人生年少不再來, 莫把靑春枉抛擲.

인생연소부재래, 막파청춘왕포척.

- 張詠, <勸酒惜別(권주석별)>, 4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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