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2020)
개정판에서 배운 것
초판 읽은 날 : 2015.5.4(월)~5.12(화)
개정판 읽은 날 : 2020.12.28(월)~2021.1.18(월)
쓴 날 : 2021.5.9(주)
면수 : 480쪽
초판보다 더 두껍고 어려운 개정판. 첫 2주간 '내 머리 속의 카오스'가 오르내렸습니다. 겨울방학에 화성문화원 연암 읽기 유튜브 강의 듣고 정리하니 조금 낫습니다. 첫 8장은 감이 안 와 한숨 푹푹이었지만 중반부터 '역시!' 하며 꼭꼭 담은 이야기들. 그 기억을 차근차근 돌아봅니다.
#1 빛을 모아라
연암 박지원의 글은 쉽지 않습니다. 한자도 어렵고 그 안에 담긴 뜻은 시대를 넘어섭니다. 청신하단 말만으론 다 못 담는 연암의 글. 초판과는 또 다른 각도와 안목으로 풀어낸 개정판 중 "널리 읽어라. 그렇지만 그것을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시켜라."(157쪽)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책 내용을 빌리자면 자기화할 수 있는 거리(157쪽), '박이약지(博而約之)'!
계속 읽습니다. "햇빛은 천지를 비추고 만물이 그 빛을 받아 성장한다. (중략)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나무를 자르거나 쇠를 녹이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더 큰 창조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폭발적인 에너지는 그저 흩어지는 햇빛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157쪽) '내가 모을 햇빛은 무엇일까?' 처음 볼 때 지나간 글을 독후감 쓰다 자세히 읽습니다.
#2 깊은 이덕무
이덕무 매니아라 여기서도 이덕무가 보입니다. 특히 개정판에 이덕무 이야기가 더 늘어 '우와!' "무관(懋官) 이덕무(李德懋)가 지나다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331쪽) <유씨도서보 서문[柳氏圖書譜序]> 원문 보니 "懋官過而勞之曰(무관과이로지왈)."(471쪽) 일곱 글자에 그때 그 마음이 실시간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는 동갑내기 친구 유련(柳璉)입니다.
연암의 벗 이덕무는 책 곳곳에서 자기만의 빛깔을 보입니다. 4년째 발등과 복사뼈 앓는 연암에게 찾아가고, 시와 문장을 이야기하며 꽉 막힌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190쪽). 연암의 긴 글에 감상평을 붙이고(322~325쪽), 거미줄 치는 거미에게서 "거문고 줄을 고르는 손가락"(399쪽)을 봅니다. 연암 글에 차곡차곡 남은 그를 읽습니다. 깊고 맑은 그가 영혼을 깨웁니다.
#3 따뜻한 시선
작년부터 '따뜻한 시선' 다섯 글자를 품습니다. 오랜 꿈 하나가 글과 삶으로 영글었으면 합니다. 그래설까요. 이 글을 공책에 옮겨 쓰며 더 깊이 읽었습니다. "남들이 매일 보면서도 그저 지나쳐 버리는 사물들 속에서 이전에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감춰진 의미를 읽을 줄 아는 따뜻한 시선을 지녔다면 그것으로 내 삶이 그만큼 더 넉넉해질 터이니"(438쪽)
<붓 씻는 그릇 이야기[筆洗說]>는 안목에 대한 글입니다. 3년간 안 팔리던 돌그릇이 알고보니 귀한 돌로 만든 붓씻개였다는! 기름때를 벗겨내니 엷은 쑥색 골동품이 됩니다. "천하에 그릇으로 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뿐이다."(433쪽) 보물을 알아본 서상수와 이야기를 글로 옮긴 연암 둘 다 귀합니다. 그 눈과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그는 자신의 이목만을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사물을 가지고 사물을 판단한다. (중략) 그렇기에 그는 어떤 난처한 상황도 당황스럽지가 않고, 어떤 복잡한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바로 달사, 통달한 사람이다. 32쪽
나와 무관하게만 여겨지던 많은 것들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하나의 의미가 된다. 98쪽
제 목소리를 찾아라. 그 안에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을 정신의 빛을 깃들여라. 157쪽
지금 사람이 지금 것에 충실할 때, 그것이 뒷날에는 훌륭한 고전이 된다. 199쪽
달빛 아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은 걷고 있다. 408쪽
내 얼굴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그의 글은 언제 읽어도 늘 새로운 감동이 살아 있다. 451쪽
* 『비슷한 것은 가짜다』 읽을 때마다 '왜 책 제목이 그걸까?' 궁금했는데, 다음 영상 보다 궁금한 부분이 풀렸습니다. 공부하며 메모한 부분을 붙입니다.
- 사대부들이 본뜨고자 한 '그때 중국' : 남의 현실. 가짜. 연암의 생각으로는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여기',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을 진실하게 담아낼 때 그것이 훗날의 진정한 고전. 『시경』도 사실 그 당시의 글. 『시경』의 정신을 『영처고』가 담았기에 『영처고』를 조선풍이라 불러도 좋겠습니다.
- 연암의 조선풍은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자각이기도 합니다. (주체성)
* <연암 박지원 읽기 6강 : 연암과 다산, 조선시를 말하다>
초판과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