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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3. 2022

임자헌의 『마음챙김의 인문학』(2021)

내 마음의 뿌리

읽은 날 : 2021.1.29(금)~2.7(주)

쓴 날 : 2021.5.5(수)

면수 : 396쪽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18과 수업 내내 앓았습니다. 정조 말처럼 천하에 재능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고, 줌(zoom) 비밀댓글로 학생들에게 자기 장점 받고 잘 모르겠단 친구에게는 제가 보는 그 아이의 장점을 보냈지만 정작 제 장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문을 좋아하고 잘 나누고 싶으나 교사로서 재능이 있는지 끊임없이 물음표를 그리던 4월이었습니다. 긴 원격수업이 반응 없이 헛돌아서만은 아닙니다.


단기방학 맞이하면서 목표를 세웠습니다. 책 열 권 읽기, 독후감 열 편 쓰기, 3~4월에 쓴 수업일기 한글파일로 정리하기. 한문교사로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말하거나 눈에 보이는 열매가 있지는 않지만 읽고 쓰고 정리하는 일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읽은 책 정리하고 못다 본 책 반납하면서 깨닫습니다.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 할 때 힘을 얻는지.


『마음챙김의 인문학』은 겨울방학에 읽었습니다. 오래 남은 글이 많아 독후감을 미루다 공책에 꼭꼭 새긴 말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한국 산문선』에서 읽은 글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잘 몰랐거나 새로 알게 된 건 더 깊이 보았습니다. "너의 뿌리가 되는 것을 돌아보고 네 의식이 새로워질 수 있게 하라"(394쪽) 저에게는 한문이 아주 오랜 뿌리였습니다. 읽고 쓰면 맑아지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과거의 누군가가 남긴 위로가 닿아, 오래오래 머물 수 있는 당신의 길을 만나길 소원한다."(표지) 제가 받은 위로, 배우고 깨달으며 얻은 뿌듯함을 작으나마 나누고 싶어 한 자 한 자 씁니다. 옛글을 오늘날의 눈높이와 감성으로 풀어내는, 그러면서도 번역과 내용에 깊이를 더하는 글을 만나는 축복이 점점 늘어 기쁩니다.


<마음에 남은 글>


긴 세월로 셈하면 아쉽고 안타깝기보다는 충만하고 멋지고 괜찮았다 말할 만한 인생이 되기를, 과거의 지혜를 통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문을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13쪽


나무꾼은 나무를 잘 알아야 하고, 숲을 잘 이해해야 하며, 미래를 내다보며 참을 줄 알아야 한다. 20쪽


한가로움은 평범한 일상에 던지는 찬찬한 시선이다. (중략) 일상을 소중하게 들여다볼 마음만 있다면 한가로움은 그 안에서 발견된다. 68~69쪽


봄은 곁에 있고 쉼은 마음에 있다. 70쪽


익숙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접한 어린아이처럼 낯설게 바라보고 단련하고 또 단련하는 것, 대가는 그렇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55쪽


늙을수록 점점 더 깊이와 넓이를 더해갔으니

老而冞篤(노이미독)


- 정호, <노학잠(老學箴)>, 264, 265쪽  


가장 빛나는 내일은 쉽게 오지 않는다. 우리의 새해는 우리 각자가 기꺼이 용기를 내어 낡은 모습을 고치고 새롭게 도전하는 만큼 찬란한 빛깔로 찾아와 안길 것이다.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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