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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3. 2022

박수밀의 『탐독가들』(2020)

새해 첫 독후감

읽은 날 : 2021.1.7(목)~1.10(주)

쓴 날 : 2021.1.10(주)

면수 : 216쪽


올해 처음으로 다 읽은 책입니다. 7시 넘어 퇴근한 날 아이들 보다 '우와!' 금요일은 못 보고 사흘 동안 아껴 읽었습니다. 꼬맹이 잘 때 한 자 한 자 씁니다.


#1 왜 '탐독가'일까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책벌레도 탐서가도 아닌 탐독가들이라니! 국어사전 찾아보니 '탐독(耽讀)'은 어떤 글이나 책을 '열중하여 읽음' 또는 '유달리 즐겨 읽음', '탐독가(耽讀家)'는 어떤 글이나 책을 열중하여 읽거나 유달리 즐겨 읽는 사람입니다. 貪(탐낼 탐) 아닌 耽(즐길 탐), 書(책 서) 아닌 讀(읽을 독). 낯설음과 새로움, '탐독가들'이란 말의 미묘한 어감. 차근차근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제대로 된 독서 행위를 통해 지식과 삶을 일치시키면서 가혹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간 고전 탐독가(耽讀家)들에 관한 글이다. (중략) 어떤 지식인들은 독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갔다."(6쪽) 그 다음 부분도 오래 읽었습니다. "그리하여 좋은 독서를 한 지식인들이 나와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현실에 맞서 갔는지를 들려주고자 했다."(6쪽)


#2 좋은 리더로 산다는 것


학년말 수업 때 패들렛으로 '한문 수업 설명서'를 받았습니다. "한문선생님의 특징은?"에 "착하고 재미있으시다"가 많아 고마우면서도 살풋 그늘졌습니다. 살다 보면 착하다는 말이 어렵고 버거울 때가 있지요. 무서운 선생님까진 아니라도 학생들이 어느 정도 말을 듣게 하려면 남모를 수고와 마음씀이 필요했습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런 날이 많았답니다.


"좋은 리더는 나 자신이 앞서서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며 남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본다."(7쪽) 제 안의 그늘이 크게 다가오던 날 이 글 읽다 뭉클! 독서공책에 또박또박 눌러 쓰며 여린 마음 다독였습니다. 같은 날 들은 새해 덕담처럼 더 건강하게 계속 좋은 선생님이 되자는 다짐도 글씨 안에 담았습니다.


#3 마음을 붙드는 책읽기


"정조는 하루에 글을 몇 번 읽고 몇 줄 읽을 것인지까지 반드시 과정을 정해 놓고서,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실천했다. 이러한 습관은 지식의 확장에도 도움을 주지만 마음을 붙드는 데도 유익하다."(177쪽) '마음을 붙드는'에 마음으로 밑줄 쫙. 여섯 글자에 많은 뜻이 들었어요.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지친 마음은 일으켜 세우고.


책 속의 열세 사람은 모두 책으로 마음을 붙든 사람들입니다. 이덕무 찐팬으로서 이덕무가 가장 먼저 나와 반갑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퇴근길에 버스에서 오후 햇살 받으며 이 글을 깊이 새겼습니다. "독서는 이순신에게 단단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그는 평소 좋은 구절을 암송하였고 덕분에 가장 극적이고 절박한 상황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순신은 강인한 무사였지만 책 읽는 선비였다."(110쪽)


<마음에 남은 글>


자신의 자리보다 조금 모자란 자리에 앉는 것,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자신을 지키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68쪽


진정한 독서는 삶의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이다. 71쪽


인간은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닫고 겸손해진다. 73쪽


좋은 습관은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93쪽


그(이순신)는 아침마다 책을 읽고 배운 지식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와 같은 독서 습관은 훗날 읽은 책의 내용을 잘 활용하여 뛰어난 전술가가 되게 하였다. 105쪽


그는 평소 읽은 병법서와 역사서를 실전에서 잘 적용하고 활용했다.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명량해전의 승리에도 평소 읽던 책의 힘이 있었다. 106쪽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의 진실과 시시비비를 올바로 가려내 옳은 일을 행하도록 하는 데 있다. 112쪽


책은 많이 읽을수록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게 해주고, 오래 지나더라도 변함없는 지혜를 들려준다. 135쪽


참된 것은 지금 눈앞에 있다. 145쪽


좋은 독서는 일상의 모습을 잘 관찰하고, 사물의 문심(文心)을 읽어내는 데 있다. 과거의 지식에 갇히지 않고 지금 여기의 삶, 생생한 사물의 몸짓을 읽어내는 것이 참된 독서이다. 148쪽


글쓴이의 마음으로 들어가 글의 핵심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글쓴이와 교감하고, 글쓴이의 마음을 읽게 된다. 149~150쪽


진정한 책 읽기는 낡은 지식을 넘어 눈앞의 삶과 현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157쪽


토론과 독서는 수레의 바퀴와 새의 날개와 같아서 한 가지만 버려도 학문을 할 수 없다. 165쪽, 정조, 『일득록』


하루 동안 읽는 양을 정해 놓으면 비록 그 분량이 많지 않더라도 배움이 계속 쌓여서 마침내는 마음에 푹 배게 된다. 176쪽


독서는 의문을 풀고 지금까지 모르던 것을 새롭게 배우는 데 있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곳에서 새로운 의문이 생겨야 제대로 된 독서라 할 수 있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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