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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3. 2022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습관』(2020)

더딘 걸음, 깊은 울림

읽은 날 : 2020.12.16(수)~12.27(주)

쓴 날 : 2020.12.28(월)

면수 : 339


연말에 하루 20~30쪽씩 읽었습니다. 더디 가는 만큼 울림이 컸습니다. 새길 구절이 많아 차곡차곡 담으면서 한 해를 다독이며 새날을 준비하는 힘으로 삼았습니다.


#1 나의 꿈... 뭐지?


"어린 시절부터 지녔던 꿈, 하고 싶었던 일, 내가 설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 된다."(27쪽) 스물 두 살까지는 제가 원하는 대로, 노력한 것보다 더 많이 얻으며 살았으나 그해 가을부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인생 시간표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굴러갔고 그만큼 마음 다독일 시간이 절실했습니다.


저의 정체성은 읽고 쓰며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십대 후반 한문 공부에 뜻을 두면서 어려운 한자, 한문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꿈이 생겼고 사랑하는 학문으로 선한 영향 나누고 싶습니다. 많은 시간 흐른 지금 그 꿈대로 사는지 돌아보면 뿌듯함보다 물음표를 더 자주 그리지만, 그때마다 마음 잡아 주는 책과 사람들이 있어 다시 힘을 냅니다.


#2 새벽의 힘


"맹자는 맑고 선선한 새벽의 기운인 평단지기(平旦之氣)를 말했다. 생명이 되살아나는 새벽은 낮과 밤을 지내는 동안 잃어버린 마음을 돌아보기 좋은 때다. 매일 그렇게 새벽에 깨어 스스로를 반추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질 것이다."(284쪽)


지난 주에 사흘 정도 온라인 새벽기도회에 참여했습니다. 작심삼일과 주말이 겹쳐 다시 3일 쉬었지만, 아침잠 많은 저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책상달력에 일어난 시간 쓰고 새벽기도한 날에는 작은 하트를 그렸습니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오롯이 쉬는 시간이었고 비슷한 시간에 새벽을 깨우는 어른들이 많으셔서 고마웠습니다.


'아침형 인간' 여부를 떠나 어른에게는 스스로를 풀어내고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지난 주에는 새벽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3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까


"내면의 충실함은 엄정한 겉모습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상은 단지 하루만의 모습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쌓아가는 것이다."(66~67쪽)


가끔 쓸쓸합니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쪼그라들던지요. 그런데 나이 드니 조금씩 깨닫는 게 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당당할 것.


생활기록부 일이 밀리면서 책 읽고 글 쓸 여유가 줄었습니다. '더 일찍, 더 알차게 쓸 걸' 찐한 후회 안고 한 줄 한 줄 다듬다 오래 전 성탄절에 밀린 과제 하던 모습이 겹칩니다. 오늘은 더 좋은 날, 당당함을 심는 날이기를. 하루하루 충실함이 쌓여 더 깊고 맑고 파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마음에 담은 글>


곧음에 온화함을, 너그러움에 엄숙함을, 강함에 겸손함을 더하는 것이 바로 중용의 덕이다. 47쪽


다산은 수백 권의 책을 썼지만 그 근본이 되는 것은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156쪽


문일지십이란 단순히 재능의 뛰어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표면을 보고 감춰진 것을 아는 통찰, 연관된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상상,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겸손함과 솔직함은 그 기반이 되는 덕목이다. 233쪽


결국 다산이 말하는 지름길은, 빠른 결과를 얻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반을 탄탄히 닦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빠른 길을 두고 왜 둘러서 가느냐'고 묻지만, 사실은 그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239쪽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240쪽


한 사람의 올바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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