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4. 2022

이명학의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2020)

EBS, 유퀴즈 그리고 한자책

읽은 날 : 2020.12.2(수)~12.6(주)

쓴 날 : 2020.12.6(주)

면수 : 292쪽


고등학생 때 EBS 교양한문. 교재 없어 비디오로 녹화하고 다시 들으면서 필기하다 처음 방송교재 본 날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그해 이명학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어 더 부지런히 들었습니다. 한문 원문에 생활 한자어 곁들인 강의 듣다 보면 생각과 마음이 한 뼘 한 뼘 자라는 듯! '결혼기념일 관련 한자어'처럼 오래 남은 부분은 블로그 만들 때 출처를 밝히고 정리했습니다. (

http://blog.naver.com/hanmunlove/100190914323 )


올해 스승의 날 즈음? 한문교사 톡방에 "지금 tvn 유퀴즈에 이명학 교수님 나오셔서 한문교육 이야기합니다" 집에 TV 없어 아이들 재우고 신문기사와 인터넷 영상으로 챙겨 보았습니다. 순간 밀려오는 그 무엇...... 혼자 보기 아까워 원격수업 때 학생들과 나누었습니다. 과제 보니 양말, 섭씨, 용수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서 신기하다, 한자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깊이 있는 답글로 따스한 울림을 선물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한문 관련 기사 검색하다 이명학 선생님 신간 보고 '우와!' 인터뷰 보고 책 사서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한자어를 중심으로 그 속뜻을 풀이하고 주변 이야기를 덧붙여서 작은 칼럼을 썼습니다."(7쪽) EBS 교양한문과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하나로 이어져 더 넓어지는 느낌? 알던 건 다시 보고 잊은 건 새록새록 기억하며 어린 날의 열정을 찾아갑니다.


아주 가끔 오자가 아쉽고 제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느릿느릿 읽다 보면 한자가 쏙쏙 들어옵니다. "예전에 수표를 주면 "이서裏書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서'는 수표 겉면이 아닌 안쪽 면에 인적 사항을 쓰는 행위이지요."(237쪽) 궁금했지만 무심히 넘긴 말이 그런 뜻이었습니다. 더 잘 배우고 애매하게 아는 부분은 국어사전과 한자 자전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한자어를 한자로 익히면 사실 좀 버겁기도 하고 기억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자어 주변 여러 이야기를 곁들여 썼습니다. 한자 공부의 새로운 시도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자어의 깊은 속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번 각인된 지식은 쉬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8쪽


한자는 우리의 문자가 없던 시절 그 공백을 메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언어생활을 원활하게 한 '모양이 다른, 또 다른 우리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글'과 '한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전해나갈 때 우리의 언어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자 공부의 목적은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말을 정확하게 하고, 우리글을 바르게 쓰기 위해서입니다. 8~9쪽

- 이 말씀에 밑줄 쫙!


조금씩 알아가는 작은 기쁨이 커다란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시작은 미미한 데서 움트기 마련이겠지요. 9쪽


솔직히 말하면, 바나나가 갈변되면 먹질 않았습니다. 썩기 직전까지 놔두다가 버리곤 했는데 오히려 향과 단맛과 영양가가 더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이 세상에 보기 싫게 변해도 좋아지는 것이 있다니, 새삼 깨달음을 얻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람도 늙어가면서 노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흰머리와 주름이 늘고 검버섯도 생기죠. 일종의 '갈변'인 셈입니다. 그래도 '인향만리人香萬里(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처럼 인품과 품격이 넘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144쪽


學爲人師(학위인사)

학문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었고

行爲世範(행위세범)

행실은 세상에 모범이 되었다. 242쪽

- 북경사범대학 교훈이면서 송나라 고종이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 안연에 대해 칭찬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사범대학의 '사범'의 유래이기도 합니다. 유퀴즈 54회 마지막 부분에서 이 말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학생을 변화시키려면 학생에게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진실되고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행위세범'이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선생님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인 까닭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세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위인사보다 행위세범이 갈수록 더 비중이 높아지는 덕목이 될 겁니다. 243쪽

매거진의 이전글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습관』(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