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한문 수업』 읽으면서 열일곱에서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그 많은 세월이 어젯밤 꿈 같아 놀라고, 어려운 일보다 고마운 나날이 더 많음을 깨닫습니다. 기억의 흐름을 따라가다 한문 관련 독후감을 한곳에 정리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지난 주에 쓴 글부터 하나하나 옮기니 그때 그 말씀, 읽고 쓰며 따뜻했던 순간이 새록새록 보입니다.
가장 오랜 독후감은 12년 전 <다시, 그를 만나며>입니다. 『책만 보는 바보』 책장 넘길 때마다 이덕무뿐만 아니라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홍대용, 박지원, 정조 등등 그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역사 저편에서 걸어나와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때부터 읽은 책에서 마음에 오래 남은 구절과 자잘한 느낌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한문책에 대한 가장 오랜 기억은 어린 날 집에 있던 『한석봉 천자문』과 아버지가 월부로 들이신 사서오경 전집입니다. 역사 이야기가 많은 『춘추좌씨전』, 『논어』 아껴 읽다 열여덟 살 이른 봄 용돈 모아 한문책을 샀습니다. 남포동 문우당서점 한켠에서 찾은 『재미있는 고전여행』. 그즈음 나온 EBS 교양한문 교재와 함께 밑줄 그으며 오래오래 읽었습니다.
좋은 책 읽고 나누면서 맑은 말과 생각의 깊이를 배우고, 시린 날 마음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습니다. 가끔은 책 속에서 오랜 꿈을 읽고 학교 수업 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 이야기합니다. 옛글 읽고 번역하며 오늘날에 맞게 풀어내는 작가님들 덕분에 오늘도 공부의 열매를 누립니다. 옛글과 오늘이 맞닿는 순간을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