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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4. 2022

김재욱의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2020)

나의 시금석

읽은 날 : 2020.9.5(토)~9.6(주) 

쓴 날 : 2020.9.6(주)

면수 : 242쪽 

* 2년 전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쉬우면서도 따스하고 알찬 책을 만났습니다. 딸 넷 아버님의 육아서이지만, 저는 저를 다듬고 벼리는 시금석으로 읽었습니다. 


 #1 한문학도로 산다는 것


책 쓰신 선생님은 한문학자입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이래야 한다'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아빠이자 선생인 내가 아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옛 사람들의 지혜를 빌려서 답을 찾아보고자 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5쪽) '뒷부분 딱 내 꿈이잖아!' 눈이 커졌습니다. 


어려운 글을 쉬운 번역으로 풀어내는 것, 글 가운데 삶을 담고 크고 작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삶과 맞닿은 한문수업을 꿈꾸는 저에게 작가님 글은 따스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어려운 걸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제 수업과 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시간과 일상에서 나누는 옛글이 선하고 따뜻하며 유쾌한 울림이기를!


#2 내향적이라도 괜찮아


작년 2월에 꽤 괜찮은 글을 읽었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아도 된다>(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532 )라는 신문칼럼이었는데, 3년만에 복직하면서 정원감축으로 학교 옮겨 초긴장할 때 마음 다지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책에서 그 글 다시 읽으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책에는 <외향적이지 않아도 괜찮다>로 실렸고 내용도 조금 더 다듬어졌습니다. 


"과연 내성적인 성격은 반드시 고쳐야 하는 나쁜 것인가?"(93쪽) "나는 내성적이지만 차분하다. 그래서 실수가 적을 거라고 말해보는 건 어때?"(95쪽)그리고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槖駝傳)>으로 이어집니다. 나무가 잘 자라게 하려면 나무의 천성에 맞게 심어 주어야 하듯 사람을 가르치는 일,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도 그럴 수 있겠습니다. 글은 다음과 같이 맺어집니다.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아도 되고, 그러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101쪽)


#3 뭉클한 다짐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의 삶에 등불이 되어준 선생님이 한두 분 계실 것이다. 내게도 여러 분의 훌륭한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이 대학 시절 은사이신 배상현 선생님이다."(123쪽) 이렇게 시작된 스승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었습니다. 제 어린 날 스승님과 참 많이 닮으셨다 싶었고, 특히 아귀찜 싸 주신 것과 병원에서 조근조근 하신 말씀은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 듯했습니다. 


8년 전 교과서 심의 통과하고 은사님 학교에 전화드렸다가 "질병휴직하셨어요. 3월에 많이 다치셨습니다." 그때 그 황망함...... "여전히 밖에서 맛있는 걸 먹고선 집에 빈손으로 오며,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힘들어하며, 선생님과 같은 검소한 삶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평생 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가르쳐주신 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리라 마음먹는다."(141쪽) 선생님, 저도 그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이 책에 소개한 옛 사람들의 글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5쪽


사람은 모름지기

원대하고 고요한 기상이 있어야

많은 도리를 실을 수 있다. 142쪽, 이상정


이 일이 있고난 뒤부터 신기하게도 수업 시간 중에 질문을 하는 학생과 수업이 끝난 후에 질문 거리를 들고 오는 학생이 늘어났다. 이처럼 학생이 선생을 찾아와서 질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서로간의 배려를 통해 나와 학생들은 한 마음이 되어갔다. 수업 분위기는 전보다 더 좋아졌고, 서로 더욱 가까워졌다. 192쪽


자식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찾으려면 먼저 자식의 성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뒤에 자식이 성정에 맞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겠다. 200쪽


정약용은 십팔 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저술 활동에 몰두했다. 유교철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분야는 물론 과학에까지 관심을 두었는데 이와 관련된 저술이 약 오백여 권에 달한다고 한다. 


정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유배가 풀린 뒤에도 죽을 때까지 조정에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약용의 생각이 현실에 반영되진 못했지만, 이 시기가 있었기에 후대의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얻게 되었고, 현재까지 그 명성이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한다. 정약용도 손숙오처럼 '음덕'을 베풀었기에 후대 사람들이 '양보'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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