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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6. 2022

이덕무/박상휘 · 박희수의 『청령국지』(2017)

일본이란 나라

읽은 날 : 2019.6.14(금)~6.16(주)

쓴 날 : 2019.7.24(수)

면수 : 249쪽


"이덕무와 그의 동료들은 일본의 변화와 발전을 제대로 직시하고 조선 또한 이에 걸맞게 사회 경제 체제를 변화시키고 군사적, 외교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인식이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청령국지다.” (한정주,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440쪽)

 

한 달 전에 읽었는데 그새 한일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다시 보니 18세기 이덕무의 관찰과 기록이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이덕무는 데라지마 료안의 화한삼재도회와 원중거의 화국지, 그리고 여러 책을 참고하여 일본에 대한 지식을 모아 청령국지를 썼습니다. 청령(蜻蛉)은 잠자리입니다. 일본 땅 모양이 잠자리와 비슷하기에 청령국이라 부르기도 했답니다.

 

1655년 남용익은 일본인을 '경박하고 교활하여 남의 의중을 잘 헤아리고, 기쁨과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100여 년 후 이덕무는 "본업을 편안히 여기고 분수를 지키는 것을 기뻐한다", "근면하여 전일(專一)하기도 하다."라는 말로 일본인의 긍정적인 면을 밝힙니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덕무는 왜 일본의 역사와 문물을 자세히 정리했을까요. "이는 진실로 나라를 다스릴 수단이니, 이웃나라와 잘 사귀고 또 그들의 정세를 잘 살피자는 것이 그 요체이다." 이서구의 서문에 붙인 그의 평어에서 오랜 노력에 담긴 마음을 읽습니다. 일본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가깝지만 먼 이웃을 지혜롭게 대할 수 있다는 판단! 한참 어려운 요즘 더 깊이 새깁니다.


<마음에 남 글>

 

청령국지를 읽어보면 당시 조선 문인들이 생각보다 일본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는 정확한 것도 있고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으나 중요한 점은 내용 자체의 객관적 정확성만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필터를 통해 바라본 일본의 상(像)이 지닌 독특성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보이는 대상만이 아니라 보는 이의 내적 조건에 의해서도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달리 구성되며 어떻게 특정한 방향의 해석을 낳게 되는지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22쪽

 

일본 사람은 대개 유순하면서도 굳셀 줄도 아나, 굳센 것이 또한 오래가지는 못하며, 약하면서도 인내할 줄 아나, 인내하는 것이 또한 떨쳐 일어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총명하나 앎이 편벽되고, 민첩하나 기운이 국한되어 있다. 겸손할 줄 아나 남에게 양보할 줄 모르고, 은혜를 베풀 줄 아나 남을 포용할 줄 모른다. 새것을 좋아하고 기이한 것을 숭상하며, 친하고 가까운 이를 좋아하고 소원한 이를 버려둔다. 고요한 곳에 처하기를 좋아하고 여럿이서 살기를 싫어하며, 본업을 편안히 여기고 분수를 지키는 것을 기뻐한다. 교묘한 물건과 진귀한 완구에 몰두하나 근면하여 전일(專一)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진무[神武]가 그들을 쓰면 태평한 정치를 이루고, 히데요시[秀吉]가 그들을 쓰면 천하의 막강한 왜적이 되며, 이에야스[家康]가 그들을 다스리면 또한 각자 정해진 분수를 지켜 소리 없이 고요해지는 것이다. 33~34쪽, 이덕무

- 마지막 부분에 순간 소름!

 

신유한은 이처럼 요시무네가 역대 쇼군과 조금 다른 면모를 가진 인물임을 강조하면서 그의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덕무는 당시에 전해진 요시무네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의 인물상을 자세히 기록하였다. 이에야스 외에 이처럼 사절들에게 주목받은 쇼군은 없다. 이덕무는 이 기록을 통해 일본에도 평온한 사회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 뛰어난 위정자가 있었음을 전한 것이다. 82쪽

 

대개 그들의 풍속이 숭상하는 것은 첫째가 신(神)이고, 둘째가 부처이며, 셋째가 문장이고, 에도 막부가 나라를 다스리는 수단은 첫째가 무(武)이고, 둘째가 법(法)이며, 셋째가 교묘한 속임수이다. 134쪽, 이덕무

 

가수저라(加須底羅)는 고운 밀가루 한 되와 백설탕 두 근에 계란 여덟 개를 넣어서 반죽한 다음 구리 냄비에 담아 숯불로 노란 빛이 나오게 익히되 대나무 바늘을 써서 구멍을 내 불기운이 속까지 들어가게 하여 만든 뒤 꺼내서 잘라 먹는데, 이것이 최상품이다. 171쪽, 이덕무

 

카스텔라와 스기야키는 조선 사절들이 일본에서 대접을 받았을 때 몇 차례 나온 음식이다. (중략) 발음부터 특이한 '가수저라'와 일본에서 제일 '진미(珍味)'라고 하는 '승기악이'에 대한 기록은 신기한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덕무의 면모가 드러난 대목이다. 173쪽

 

이는 진실로 나라를 다스릴 수단이니, 이웃나라와 잘 사귀고 또 그들의 정세를 잘 살피자는 것이 그 요체이다. [此眞經國手段(차진경국수단), 交隣覘隣(교린첨린), 蓋大略也(개대략야).] 194, 195쪽, 이서구의 청령국지 서문에 붙인 이덕무의 평어

두 학교 시험문제 수정하고 수행평가 채점하느라 바쁠 때 틈틈이 읽었습니다. 낯선 나라 역사와 문물 이야기 읽다 보면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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