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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6. 2022

임자헌의 『오늘을 읽는 맹자』(2019)

21세기에 3D 실사판으로 맹자를 만나다

읽은 날 : 2019.2.11(월)~4.15(월)

쓴 날 : 2019.4.28(주)

면수 : 437쪽

* 3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책읽기 152에서 153까지 석 달. 복직연수 받고 책을 거의 못 보았습니다. 발령받기까지 붕 뜨고 새 학교에서 숨가쁘던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렀을까요. 아침점심 반짝커피와 따스하신 선생님들, 퇴근길 버스에서 아주 가끔 읽 책에 그 바쁜 나날을 촉촉하게 보니다.


오늘을 읽는 맹자는 두 달 동안 아껴 읽었습니다. 학교 발령받던 날 첫 장 열었는데 마지막 장 덮으니 연초록이 아른아른. 같은 작가님 군자를 버린 논어(이 책도 재미있고 깊어)보다 더 길게 보았습니다. 논어보다 어렵지만 나름 매력적인 맹자]를 또다른 눈으로 만납니다. 21세기 초반에 3D 실사판으로 맹자를 보고 듣는 느낌?


오래 남은 글이 많아 북 인덱스 반 통 썼습니다. 노랑빛 북 인덱스가 연두, 초록, 보라, 파랑, 다시 하늘빛으로 물드는 과정이 계절을 닮았습니다. 봄 새순 같던 생각이 차근차근 자라고 여름 바다와 하늘처럼 깊고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담은 부동심과 호연지기가 세상을 더 맑고 밝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참 많이 썼습니다. 하루 한 구절에 쓰고, 조장과 오십보백보 설명할 때 풀어냈습니다. 반에서 조례할 때도 반구저기와 자포자기를 나누었습니다. 복직 전에 맹자 원문 필사 완료하겠다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이 시대의 말과 삶을 담아낸 맹자 읽고 새기면서 어렵지만 행복했습니다.


<마음에 남 글>


무엇보다 맹자가 말하고자 했던 그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첫번째 의미를 두었으니, 이 번역을 통해 맹자가 꾸었던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이 독자들에게 편안하고 순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걸어갈 세상은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선하고 밝은 곳이 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소망해본다. 12쪽


호연지기는 의로운 행동을 통해 내면에 의가 쌓여서 생겨나는 넘치는 생명력을 지닌 단단한 기상을 말한다. 명산대천에서 얻는 호방한 마음이 아니라 하루하루 매 순간 꾸준히 의로움을 선택해서 실천해 그것이 내 안에 쌓여가면서 점점 커져가고 단단해지는 내면의 힘인 것이다. 그래서 호연지기라는 생명력은 높고 숭고하고 강하다. 93쪽


다수의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변하는 것이 거대한 영웅 한 명이 고군분투하다가 스러지는 것보다 훨씬 많이 세상을 바꾼다. 나라를 변화시키는 것은 탁월한 학자 설거주 한 명의 몫이 아니라 요리사, 서기, 심부름하는 아이, 궁녀, 환관, 이런저런 평범한 사람들이 포함되는 모두의 몫인 것이다. 179쪽


스스로 터득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 근원이 있는 샘을 만드는 과정이다. 마르지 않는 샘을 지녀야 언제고 명실이 상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230쪽


참 지혜란 큰 틀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작은 일들을 해결하는 자세를 말한다. 238쪽


불쌍한 걸 보면 가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은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인 인(仁)에 속하고, 옳지 않은 일을 하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은 사람이 행해야 할 옳은 도리인 의(義)에 속하며, 상대를 깍듯하게 대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은 사람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존중의 자세인 예(禮)에 속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은 분별력인 지(智)에 속한다네. 이 네 가지 기본 자질인 인의예지는 바깥에서 교육 같은 걸 통해 나에게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들인데, 사람들이 다만 생각을 못할 뿐이야. 313쪽


훌륭한 지도자가 선보이는 훌륭한 정치란 사람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어서 그들이 먹고사는 데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게 하는 거예요. 먹고사는 것이 더 이상 전전긍긍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분명 타인과 타인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 신경을 쓰게 되겠죠. 374쪽


공부는 결국 나와의 싸움이다. 모든 배움을 자신의 삶에 반영해서 스스로 경험하며 나에게 맞게 만드는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그런 공부는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여전히 그저 책에 있고 스승에게 있는 것들일 뿐이다. 394쪽


제대로 배운 지성인의 할 일은 모든 분야에 걸쳐 올바른 기준을 회복시키는 것뿐이라네. 417쪽

함께 있어 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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