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6. 2022

정민의 『체수유병집』(2019)

묻힌 보물 찾는 기쁨

읽은 날 : 2019.1.17(목)~1.19(토)

쓴 날 : 2019.1.20(주)

면수 : 264쪽

* 3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20여 년 전 꽤 괜찮은 홈페이지가 있었습니다. 한문 관련 사이트가 많지 않을 때 '동양고전 읽기', '이야기 한자여행'과 함께 이틀에 한 번 정도 꼭 드나들던 곳, 옛글 공부하다 궁금한 점 여쭈면 차분하고 따스한 답장이 꼭꼭 올라오던 공간. 정민 선생님의 '옛사람 내면풍경'입니다.


재작년에 홈페이지 접으셔서 더 못 보고 아쉬웠던 글들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묻힌 보물 찾아낸 듯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요. '체수(滯穗)'는 흘린 이삭, '유병(遺秉)'은 남은 볏단입니다. '체수유병집'은 글밭의 이삭줍기, 10여 년간 여러 곳에 쓰신 글을 모은 책입니다.


"다산은 보름에 한 번은 책상을 정리하라고 했고 (중략) 한 번씩 치우고 버리고 정돈해야 정신이 든다."(5쪽) 그렇게 모은 글은 책벌레와 메모광 또 다른 울림이 있습니다. 어린 날 읽은 글에 맑은 꿈을 돌아보고, 행간에 스민 오랜 노력에 뭉클하고 저릿해집니다.


저는 1부 중 <공부하지 않은 날은 살지 않은 것과 같다>를 가장 아낍니다. "나는 오늘의 힘을 믿는다. 이 순간의 중요성을 신뢰한다. 지금 성실치 않고 오늘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어제만 돌아보거나 내일을 꿈꾸지 않기를 늘 다짐하곤 한다."(18쪽) 고맙습니다. 깊이 새깁니다.


<마음에 남 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어디로 가는가? 이 물음을 들고, 앞으로도 질문의 경로를 바꾸는 학자로 살아가고 싶다. 5쪽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서, 더 툭 트인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내 평생 독서의 지침이요 목표다. 13쪽


그런데 학생들이 기억하는 마음속의 스승은 뜻밖에도 잘 가르쳐주거나 야망을 심어주거나 '나'를 특별히 칭찬해준 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믿어준 분들이었다.  (중략) 큰 가르침은 일상의 그늘 속에 숨어 있었다. 40쪽


메모는 창의력의 원천인 동시에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저 적어둔 메모가 세상을 바꾼다. 106쪽


글자 하나, 단어 하나에도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상상력과 문화의 나이테가 깃들어 있다. 199쪽


한문 원문을 들고 밤새 궁리하다가 새벽에 아파트 놀이터로 나가서 이슬에 젖은 그네에 앉아 원문에 메모를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적곤 했다. 241쪽


옛사람은 남을 따라 하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서 고전이 되었다. 지금 내가 그들의 자취를 제대로 배우는 길은 그들을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244쪽


우연찮게 들어선 고전공부의 길에서 나는 옛사람을 통해 새롭게 채워지는 나와 만난다. (중략) 나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고전의 바다에서 무진장한 생각의 보석들을 건져올리게 되기를 바란다. 246, 247쪽

매거진의 이전글 임자헌의 『오늘을 읽는 맹자』(20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