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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7. 2022

정민의 『나는 나다』(2018)

짧지만 묵직한

읽은 날 : 2018.12.28(수)~12.30(금)

쓴 날 : 2019.1.17()

면수 : 223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벽돌책이 많은 정민 선생님 특성상 223쪽인 나는 나다는 짧고 가벼운 편입니다. 그러나 글에 담긴 뜻은 깊고 무거워 두 번 읽고 정리하는 데 3주 가까이 걸렸습니다. 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여덟 작가의 시론에 집중하는 일은 어렵지만 매력적이었습니다. 시 읽고 글 쓰는 방법뿐만 아니라 삶을 가꾸는 방향성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1장(허균)과 3장(성대중)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천재 작가지만 삐딱선이 불편했던 허균, 이덕무 아끼느라 조금 덜 본 성대중이 행간을 넘어 새롭게 다가니다. 책 읽고 인상깊은 구절 정리하니 A4 용지 3장인데 1장 글이 많습니다. 온유돈후한 공부의 바탕 위에서 은은히 울림을 주는 묵직함을 선호(65쪽)했던 성대중은 성대중 처세어록과는 또다른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덕무 매니아인지 3장(성대중)과 6장(박제가)에서도 그가 먼저 보입니다. 정작 이덕무가 주인공인 5장은 어떻게 지나갔나 싶지만요. 마흔을 넘겨선지 이용휴의 <환아잠>도 반갑고, 무엇보다 좋은 글 쓰려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묵직하게 남습니다. "그(이덕무)의 시는 맑고도 깨끗하다. 사람의 마음을 투명하게 해준다. 그의 사람됨도 그랬다. 시와 사람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110쪽) 저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남 글>


점철성금(點鐵成金), 쇠를 쳐서 금을 만들어라. 훌륭한 시는 일상 속에 있다. 진부한 일상 속에서 신선한 의미의 샘물을 길어 올려라. 남들이 보면서도 못 보는 사실, 늘 마주하면서도 간과해버리고 마는 사물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 26~27쪽


이론에 해박하다 하여 그의 시가 좋은 것이 아니다. 학력에 비례하여 시 쓰는 능력이 높아지는 법은 없다. 시에는 별도의 뜻이 있고, 별도의 재주가 있다. 관건은 사물과 만나는 접점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그 오묘한 떨림을 포착하는 정신의 투명함과 섬세함에 있을 뿐이다. 30쪽


앞선 이의 성취를 널리 익혀 통하는 학력, 훌륭한 스승을 통해 얻는 식견, 배워 익히는 한편으로 부단히 습작하는 공부, 이 세 가지는 옛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시가 비록 별도의 재주에서 나오는 것이라 해도, 노력 없이 그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34쪽


맑고 깊은 스승의 눈빛에 감화된 그(신의측)의 학생들은 법도를 잃지 않았다. 48쪽


내가 있을 때 나는 나다. 54쪽


이제 명숙(이덕무)은 모습이 옷을 견디지 못할듯 여위었지만 기운은 만 명의 사내보다 웅장하다. 61쪽, 성대중, <영처집 서문>


온유돈후한 공부의 바탕 위에서 은은히 울림을 주는 묵직함을 선호했다. 시가 이런 무게와 울림을 지니려면 시인의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65~66쪽


재주로 분노를 품기보다, 온축의 공부로 세상을 품으라 81쪽


우리는 저마다 열심히 살아간다. (중략) 저마다 다른 빛깔로 서녘 하늘을 물들여야 노을이 곱다. 129쪽


좋은 시를 쓰고 싶으면 좋은 생각을 먼저 품어라.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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