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닌 초등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었습니다. 5학년 어느 날 과학실이 도서실 될 때까지는. 읽을거리 적은 학교에서 교실 한켠 맴돌던 민족문화추진회 옛이야기 책은 햇살 한 줌 닮은 반가움이었습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김천정, 김복태 화백 그림과 재미난 이야기에 쏙 빠져들던 순간은 따스한 기억으로 남았답니다.
다음 주 책모임 책 찾으러 도서관 갔다가 생각지 못한 보물을 만났습니다. 13년 전 전집 중 한 권이라 지금은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겠지요. 막내 잘 때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옛글 읽으며 어린 날 한자락으로 돌아간 듯 기뻤습니다. 요즘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겠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과거'는 단순히 낡아 못 쓰게 된 골동품이라고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닙니다. 삶의 형식은 달라졌어도 사람들의 관심사, 인생의 희로애락은 지금도 여전히 서로 통하며 반복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과거와 현재의 '소통'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4쪽, 작가의 말
고전 산문의 참매력은 일상의 잗다란 경험을 통해 인생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읽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열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지혜의 샘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입니다. 묻혀 있던 옛날 글 보따리가 다시 열려 여러분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듬뿍 안겨 주는 소통의 장이 펼쳐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5쪽, 작가의 말
무릇 사람의 기술이란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 그 한계가 분명하단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서 깨달은 것은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지. 13쪽, 강희맹
행복을 얻고 싶다면 멀리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에게서 먼저 찾아보세요. 18쪽
지식은 지혜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26쪽
하늘소는 버릇없이 하늘이란 이름을 훔쳤다. 46쪽, 이옥 : 순간 뿜!
어떡하면 천만리를 다 덮을 우산 하나 얻어
온 세상을 전부 가려 주어 젖지 않게 할까. 54쪽, 이수광
삶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형제자매는 아무 조건 없이 가장 큰 위안과 힘을 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57쪽
말하고 싶어도 차마 말을 꺼낼 수 없는 벗이 있고 말하지 않으려 해도 함께 있으면 저절로 말하게 되는 벗이 있는데, 이 두 종류의 벗에서 사귐의 깊고 얕음을 알 수 있습니다. 68~69쪽, 박제가
중국의 강물은 바다와도 같이 넓은 물이 뿌옇게 흐릅니다. 직접 보고 건너면 정말로 무섭습니다. 그런데 박지원은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번뜩이는 삶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105쪽
김 군은 깊고 넓은 학문과 대단히 총명한 재능을 지녀 벼슬한 지가 여러 해 된다. 사헌부 관원을 지냈고 임금의 보좌관이 되어 그 곁에서 잘 모셔 빛나는 명성이 자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크고 높은 포부를 지녔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매우 겸손하였고 부귀도 바라지 않았다. 114쪽, 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