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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7. 2022

박지원/김혈조의 『열하일기 3』(2017)

기록의 힘

읽은 날 : 2018.8.23(목)~9.2(주)

쓴 날 : 2018.9.2(주)

면수 : 581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2권이 어려워선지 3권은 술술 넘어갑니다. "2018.9.2. 오후 2:15에 다 읽음." 메모하다 오래 전 토지, 국문학통사 마지막 장 넘길 때 동트는 듯하던 설렘이 살아났습니다. 박지원이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지만, 석 달 동안 열하일기와 함께 생각의 바다를 떠다니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가끔 깔깔 웃고 때로는 열 올리며 또다른 세계를 만났습니다. 그 길을 다섯 달간 뙤약볕과 비바람 맞으며 다닌 연암은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요.


특별한 기억도 적어 두지 않으면 모래바람이 됩니다. 13년 전 북경에 다녀왔는데 사진 찍기 바빠 메모를 거의 못했습니다. 아니, 써놓고 갈무리를 미뤘지요. 그나마 사진이 CD에 남아 희미한 추억을 일깨우지만, 짧게라도 글로 정리했다면 더 좋았겠단 아쉬움이 있습니다. 연암은 두툼한 일기와 필담 보따리를 오래오래 묵히고 다듬어 『열하일기』로 갈무리합니다. 덕분에 238년의 시간을 넘어 북경과 열하,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함께 읽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연암은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 손에 익은 사람입니다. "나는 홍대용이 음악 소리를 듣고 살핌에 아주 예민하다는 것을 대략 알고 있었고, 또 그것이 비록 작은 기예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철현금을 최초로 연주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 날짜까지 상세히 기록하였다."(459쪽, <동란섭필>) 그렇게 쌓인 메모가 모여 역사가 됩니다. 그는 왜, 누구를 위해 가열차게 썼을까요? 독후감 쓰느라 책갈피 끼운 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연암의 마음을 돌아봅니다.


<마음에 남 글>


성품은 그윽한 난초와 같고, 생각은 빼어난 학과 같다. 159쪽, <피서록 보유>

- 사동망이 곽집환의 인간됨을 말한 글입니다.


책을 펴자 모든 언어들이 우아함을 지키고

거문고를 타자 육기(六氣)가 맑게 되었다.

220쪽, <구외이문>

- 대심형이 쓴 주련입니다.


하늘의 도는 살리기를 좋아합니다. 266쪽, <구외이문>

- 도교 진인인 장춘 구처기가 칭기즈칸에게 한 말입니다.


나는 그가 두려워서 처음에서 멈칫거리다가 물러나 피하려고 하였다.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것 같기에 이에 숨을 죽이고 용모를 단정히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색의 구름 속에 붉은 옷을 입고 반듯하게 서 있는 사람, 이것이 이른바 야소(예수)의 모습인가? 343쪽, <황도기략>

- > 북경 천주당(남당)에서 성화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 우연히 다른 선생님 여행기에서 사진 보니 잠시나마 연암과 함께 그 자리에 선 듯했습니다.


지금 여기 집과 학사가 비어서 고요하니, 응당 먼지가 켜켜이 쌓이고 풀이 수북하게 났으리라 생각되지만, 실제는 깨끗하게 씻고 말끔하게 닦아 놓지 않은 것이 없다. 서가와 탁자가 반듯하게 정리되고, 창문은 밝고 깨끗하며, 종이를 발라 놓은 것이 비록 옛날 것이기는 하지만 터지거나 구멍 난 곳이 하나도 없다. 386쪽, <황도기략>


선비의 꿋꿋한 절개는 백만 군중보다도 강하고, 사람이 지켜야 할 영원한 도리는 한 시대에 나라를 얻는 것보다 중하다고 할 수 있다.  395쪽, <알성퇴술>


탑의 1층에는 우리나라 김창업 공께서 이름을 남겼고, 그 밑에 나의 벗 홍대용도 이름을 남겼는데, 먹빛이 방금 써 놓은 것 같다. 서글프게 한참을 어정거리다 보니, 만나서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417쪽, <앙엽기>

- 법장사 탑 보고 쓴 글입니다.


이상의 처방을 써서 왕곡정에게 주었다. 543쪽. <금료소초>

- 번역본으로 20쪽 정도인 약처방 모음이 시골 선비 한 사람을 위한 선물이었네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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