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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7. 2022

백승종의 『신사와 선비』(2018)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이란 무엇인가

읽은 날 : 2018.7.7(토)~7.10(금)

쓴 날 : 2018.7.10(금)

면수 : 323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한문 다음으로 세계사 좋아하는 제게 선비와 신사를 아우르는 책은 반갑고 신선니다. 기사도 부분은 아서 왕 전설처럼 낯익은 이야기가 재미있어 술술 넘겼고, 산업혁명과 시민의식 관련 내용은 조금 어렵습니다. 나름 익숙하다 생각했던 선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배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신사와 선비일까요. 백승종 작가님은 전작 선비와 함께 춤을에서 "우리는 결코 조선시대로의 회귀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 선비의 마음으로 공정하고 따뜻한 미래를 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187쪽)라고 밝힙니다. 이번 책에선 생각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집니다. "서구에서는 신사의 길이 결국 시민의 길이 되었다. 그러면 선비의 길에도 과연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8쪽)

     

조선에는 선비, 서양에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무사들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이 기독교와 결합한 기사도(chivalry)는 18~19세기에 신사도(gentlemanship)로 부활합니다. 서양에서는 기사나 신사처럼 고상한 기질과 품성을 지닌 사람을 모범으로 여깁니다. "유럽 각국은 애국적이며, 질서 있고, 건강한 시민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신사도의 핵심 가치인 예절과 명예심, 애국심과 희생정신, 지도력과 근면, 성실이 강조되었다."(106쪽) 공교육을 통해 신사도가 근대시민의 보편적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선비는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으로 '자신을 닦아서 타인 또는 백성을 평안하게 만드는 사람'(134쪽)입니다. 기사나 사무라이가 절대 권력에 복종했다면 선비는 도덕과 이념에 헌신(29쪽)합니다. 나랏일을 돌보고 자연을 벗삼으며 깊이 공부하면서 제자를 양성하는 일이 그들의 본분이자 일상이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다른 선비들과 연대하여 성리학적 가치를 실천하고, 적극적인 구제활동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선비로 형상화된 양심적 지식인은 제 한 몸의 지조를 지킬 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감화된 무수한 이웃들까지도 의인(義人)으로 바꿔놓는다."(275쪽) 이 말씀, 깊이 새깁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특한 관점과 복잡한 지식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힘이 작가님과 책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신사도와 선비의 삶이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적절히 활용할 부분을 찾는다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일에 중요한 실마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통의 재발견은 그 전통이란 것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리라는 사회문화적 확신에서 출발한다."(28쪽)

     

<마음에 남 글>

       

지혜로운 선비는 평소에 서류를 잘 정리해둔다. 5쪽, 목민심서

     

신사는 진실하다.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알고, 이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5쪽

     

때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섬광처럼 반짝이는 지혜의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다. 9쪽

     

기사는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여 이웃을 사랑하고 겸손을 실천하며 타인에 대한 관용을 베풀겠다고 서약했다. 23쪽

     

선비다운 선비는 항상 소수였다. 그러나 바로 그런 예외적인 선비야말로 사회 전체에 통용되는 가치의 준거로 기능했다. 그들이야말로 그 시절의 모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이었다. 24쪽

     

선비는 명령권을 가진 이에게 순종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천명(天命)에 따라 백성을 돌보고, 인과 예의 가치를 수호하며, 종묘사직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바쳐야 하는 사람이었다. 서양의 기사가 현실 권력에 절대복종한 것과 달리, 선비는 도덕과 이념에 헌신했다. 29쪽

     

'기차와 자동차를 이기고 살아남은 존재.' 이것이 영국의 젠트리이다. 82쪽

     

기술의 진보를 위해서는 학문적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92쪽

     

이 시대의 주인공은 여러분과 나, 곧 무명의 평범한 시민들이다. 95쪽

     

선비는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날마다 가슴에 새기며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았다. 자신의 지식과 인품으로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128쪽

     

사물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다스림이다. 133쪽

     

군자, 곧 선비의 이상형은 자신을 닦아서 타인 또는 백성을 평안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134쪽

     

영남의 선비들은 이황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도산을 이곳저곳에서 재발견했다. 177쪽

     

벼슬자리에 있을 때는 충심으로 나랏일을 돌보았고, 물러난 다음에는 자연을 벗 삼아 내면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학문에 종사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고, 후학을 길러 성리학의 이상을 고이 전했다.

후세는 김인후의 출처를 모든 선비의 으뜸으로 삼았다. 율곡 이이와 우암 송시열도 그를 부러워했다. 209쪽

* 출처 : 벼슬길에 들고[處] 남[出]. (208쪽)

     

시민들이 높은 문화적 수준에 도달한 분권적 사회를 지향하는 것, 지식인과 시민이 공고한 연대를 구축한 사회라야 희망이 있다. 245쪽

     

서구사회는 자신들의 문화전통을 의식적으로 계승했다. 그 바탕 위에서 그들은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248쪽

     

조선시대의 서당은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조화로운 삶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컸다. 267쪽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현재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현재의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미래를 위한 계획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278쪽

     

훌륭한 선비와 뜻깊은 인연이 있다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결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일 283쪽

     

농사일도 중요하지만, 집안의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더욱 소중한 일이었다. 289쪽

     

나는 과거의 족계를 재건하자는 주장을 펼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족계의 주요한 기능이었던 학습공동체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 또 국가의 역할과는 별도로 훈훈한 정이 넘치는 민간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수는 없을까. 293쪽

     

기본에 충실한 학교, 공동체의 현재를 걱정하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교육의 진정한 사명이 거기에 있다면,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312~313쪽

     

지식인과 시민사회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눌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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