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9 : 신선들의 도서관』(2017)

끝이 아닌 시작

읽은 날 : 2018.5.14(월)~5.25(금)

쓴 날 : 2018.5.25(금)

면수 : 489쪽


1~9권 읽은 날

1권 2017.12.30(토)~2018.1.9(화)

4권 2018.1.9(화)~1.13(토)

7권 2018.1.17(수)~2.5(월)

2권 2018.2.15(목)~3.15(목)

5권 2018.3.15(목)~3.22(목)

8권 2018.4.2(월)~4.21(토)

3권 2018.4.23(월)~5.2(수)

6권 2018.5.2(수)~5.14(월)

9권 2018.5.14(월)~5.25(금)


참 오래 읽었습니다. 어렵지만 보람찼고, 가끔 머리 아프다 다른 글에 쉼을 얻었습니다. "옛사람은 만나 볼 수 없으므로 글씨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그림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옛 물건을 통해 그들의 풍속을 살펴본다."(232쪽, 김윤식)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고마운 글 옮겨 쓰며 종종 읽겠습니다. 다섯 달 동안 행복했습니다. 읽기 좋은 문체로 번역하고 평설 쓰신 선생님 여섯 분과 책 만드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9권에는 순조 때부터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까지 활동한 문장가 32명의 산문 66편이 실렸습니다. 앞 시대의 화려하고 폭넓은 문체가 어두운 시대상에 한풀 꺾인 듯하지만, 심대윤처럼 권력의 중심에서 비켜난 작가의 독특한 관점이 반짝반짝 빛나기도 합니다. "육체노동을 극단적로 낮게 평가했던 조선 사회에서 명문가의 후손이 자기 손으로 소반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어쩔 수 없이 했더라도 쉬쉬하는 것이 상정일 터인데 생계로 삼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과 기쁨을 이렇게 글로 남기기까지 했다."(199쪽) 조선 시대에 몰락 양반은 많으나, 기술자로 일한 경험을 글로 정리하며 경전과 역사 연구에 눈부신 업적을 남긴 사람은 심대윤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고종 때 유길준이 국한문 혼용 문체로 서유견문 쓰면서 전통 산문은 점차 힘을 잃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한문 작가들이 있지만 예전 같지 않았지요. 위기와 혼란, 나라를 잃은 비분강개함은 이 시대 문장의 또다른 정서입니다. 김택영의 <안중근전>과 박은식의 <역사를 잃지 않으면 나라를 되찾는다>를 깊이 읽었습니다. “그(박은식)에게 역사 편찬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적극적 표현이다.”(334쪽) 김택영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암울한 시기에 그분들 책으로 힘과 용기 얻었을 사람들이 눈에 선합니다.


북미정상회담 문제로 나라 안팎이 어렵습니다. 오래된 지혜가 지금 상황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될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마음에 남 글>


마음의 미묘함은 글로 표현해야 분명해지니, 글은 자기 자신을 분명히 표현하여 남을 이해시키는 도구다. 46쪽, 김매순


군자가 집에 머물 때는 도를 닦아 마음을 수양하고, 세상에 나갈 때는 정사를 행하여 백성들을 이롭게 한다. 102쪽, 홍길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느긋하고 사고가 없어 곧잘 경전과 역사를 토론하여 정밀한 뜻을 찾았다. 197쪽, 심대윤


그림을 배우는 것이 작은 기예이기는 하다. 그러나 학문을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도에 대단히 큰 도움을 준다. 203쪽, 박규수


재주가 있으면 기운이 방자해지기 쉽고, 선을 행하면 뜻이 들뜨기 쉽다네. 방자해지고 들뜨느니 차라리 졸박하고 미련하여 소박함을 편안히 지키는 것이 낫네. 있어도 없는 듯, 채웠어도 빈 듯해야 하네. 222~223쪽, 이대우(장모 홍원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기술은 재주에서 나오고, 품격은 성정에서 나온다. 227쪽, 남병철  


위대한 도는 진실하여 부드럽고 낮은 곳에 처합니다. 296쪽, 이건창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산문선 8 : 책과 자연』(20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