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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백승종의 『선비와 함께 춤을』(2017)

선비의 길, 선비의 마음

읽은 날 : 2018.3.14(수)~3.15(목)

쓴 날 : 2018.3.15(목)

면수 : 246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첫 대선 마치고 고1 때 담임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어느 후보 찍었니?"

"권영길이요. 김대중도 생각했는데 말 바꿔서 안 했어요."

"난 김대중. 오래 고민하다 새벽기도 다녀와서 투표했어."

21년 전 부산에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맑고 과묵하나 할 말은 꼭 하는. 학교에서 '무공해 인간', '최익현 다음에 ㅇㅇㅇ'으로 통했던 선생님께 선비다움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십대 후반부터 '선비' 두 글자만 보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한문학과 간 것도 선생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런 제게 선비와 함께 춤을 출간 소식은 두근거림이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역사가다. 역사의 기록을 더듬으며, 우리가 '선비'라 부르는 지식인들을 만나는 것이 내 일이다. (중략) 역사의 무대를 떠난 옛 선비들의 언행에 기대어, 나는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자다."(6쪽) 책 속의 선비들은 글과 함께 세상을 품습니다. 배운 대로 살며 소신을 지킵니다. 역경 앞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그들의 마음은 소리없는 물살 되어 세상을 바꿉니다. 크든 작든 책 속의 모든 발자취는 소중합니다.


흔히 선비라면 글 읽는 사람, 특히 조선 중후반기 유학자를 생각합니다. 에서 '선비'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쓰입니다. 장군 이순신, 여성 송덕봉, 근현대사 인물 안중근, 안창호, 김창숙, 리영희도 보입니다. "500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한국에는 '선비'라는 고상한 인격체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나라의 형체는 비록 무너졌으나, 고아한 뜻을 지키며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선비들이 곳곳에서 한국 사회를 떠받쳤다."(186쪽)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선비일까요. "우리는 결코 조선시대로의 회귀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 선비의 마음으로 공정하고 따뜻한 미래를 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187쪽) 옛날과 오늘날이 맞닿은 이야기에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서른일곱 편을 하나하나 읽으며 생각합니다. 그때 그 사람들까지는 아니라도 지금 이곳에서 눈 맑고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살자고. 시대를 향해 생각 한켠 늘 열어 두면서. 그러기 위해 읽고 쓰며 공부해야겠지요.


선생님께서 책 보시면 반가워하실 텐데, 6년 전 크게 편찮으시고 소식이 없으십니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더 그립습니다.


<마음에 남 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외부의 물리적인 힘 앞에 굽히지 않는 법이다. 62~63쪽


바쁜 일상의 짐을 지고 살면서도 여성들은 책을 읽어 남몰래 교양을 쌓았고, 거기서 온축된 내면의 힘으로 인생의 고난을 헤쳐 나갔다. 63~64쪽


성리학이 한국 사회에 남긴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선비, 곧 지식인들에게 '사회개혁'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98쪽


우리는 잡다한 여러 학설에 마음을 빼앗길 필요가 없다. 단지 마음을 평안히 하여, 널리 배우고 신실하게 실천할 뿐이다. 142쪽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하늘의 큰 뜻이 담겨 있다. 164쪽


책은 인간의 사상을 상세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나아가 정교한 체제를 부여할 수도 있는 매력적인 매체다. 167쪽


그(백석)의 시어를 통해, 오래전에 좌절되고 만 민중의 꿈은 눈부시게 부활한다. 196쪽


가을 강은 맑지만 부드러워 배 띄우지 못할 얼음강과  다르다오 217쪽, 정인보


시대의 고뇌를 함께 하는 역사가라야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수 있을 것이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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