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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송혁기의 『고전의 시선』(2018)

옛글에 깃든 따듯한 눈빛

읽은 날 : 2018.3.7(수)~3.8(목)

쓴 날 : 2018.3.8(목)

면수 : 239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신문 칼럼 중 한문 관련 글이 보이면 유심히 봅니다. 책으로 나오면 꼭 찾아 읽습니다. 한자의 뿌리, 한자야 미안해 시리즈, 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도 그렇게 만났습니다. 옛사람의 책읽기를 다룬 독서한담도 시작은 '강명관의 심심한 책읽기'.


고전의 시선은 독특합니다. 한문 고전을 해설하거나 문화적인 부분을 나눈 책은 많으나, 꽤 긴 원문을 소개하며 시사점을 아우른 방향성이 새롭습니다. "이 책의 각 꼭지는 짤막한 '새 글'과 그 글의 모태가 된 '옛 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충설명 및 원문으로 이루어져 있다."(4쪽) 새 글은 애독하던 칼럼 한자락, 옛 글은 고려 말에서 조선 후반까지 스물 네 편.


한국 산문선 읽고 정리할 때 여러 분이 물으셨습니다. "제가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요?" "더 쉬운 책 없나요?" 그때마다 스페셜 에디션 비슷하게 읽기 쉬운 요약본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 책 보면서 '이 정도면 권해도 좋겠!' 요즘 감각에 맞게 풀어낸 글과 냉철하면서도 따듯한 시선『고전의 시선』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는 책상 위에 서는 것입니다.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라고 쓰셨다. 고전에 기대어 올라섰을 때 열리는 새로운 시선이,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7쪽) 제 눈과 마음도 그랬을까요. 맑고 따스한 바람이 붑니다.


<마음에 남은 글>


진정한 정치란 모든 존재가 자기 자리에서 아무런 얽매임 없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14쪽


이런저런 일들에 얽매이지 않고 작은 가치들을 따뜻하게 돌아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 그리고 가만히 그 자리에 늘 있어온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 그런 시선을 가지기 위해 소를 타고 다닐 수 없다면 느릿느릿 인문고전 읽는 즐거움을 맛볼 일이다. 15쪽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즐기는, 별것 아닌 것의 아름다움. 그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회복하는 데서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22쪽


나는 자유로이 떠다니며 큰 도와 섞여 하나가 된다. 47쪽, 유한준


심대윤 사상의 특징은 지식인으로서의 자의식을 가지되 어디까지나 다수의 보통 사람을 데리고 함께 가는 데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류를 따라 내달리는 사람들 속에서, 때로는 눈높이를 맞춰 함께 뛰어가면서, 때로는 소리 질러 불러 세우면서 끊임없이 설득하는 것, 이것이 심대윤이 평생 글을 쓴 이유였다. 72~73쪽


남에게 배운 기술은 한계가 있지만 마음으로 터득한 것은 무궁하게 응용할 수 있는 법이다. 특히 곤궁하여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은 사람의 의지를 굳세게 만들고 생각을 원숙하게 만든다. 92쪽, 강희맹


늙음을 잊지도 않고 탄식할 것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편안히 여기는 경지에 아무나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늙어감을 새로운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노년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것은 이런 순간이다. 123쪽


뜻이 아무리 좋아도 구체적인 식견이 부족하면 그 길이 막힐 뿐 아니라 확신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시대, 어지럽게 뒤엉킨 여러 문제들을 선한 의도만으로 풀어갈 수는 없다. 비둘기의 순결함에 부디 뱀의 지혜가 더해지기를, 그럴 수 있는 분들이 중용되기를 소망한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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