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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9. 2022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2017)

기록의 힘

읽은 날 : 2017.12.5(화)~12.19(화)

쓴 날 : 2017.12.20(수)

면수 : 488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1 <성스>와 기록의 힘


7년 전 <성균관 스캔들>, 줄여 <성스>. TV 없어 못 봤지만 가까운 분들이 애청하셔서 인터넷 신문 기사로 줄거리와 감상 포인트를 배웠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꽃선비 잘금 4인방에 설레었던가요. 만들어 낸 이야기로나마 18세기 후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엿 건 윤기(尹愭, 1741~1826)의 장편시 <반중잡영(泮中雜詠)> 덕분다. '반중'은 성균관 내부, '잡영'은 갖가지 시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드라마 원작자인 정은궐 작가는 <반중잡영>에서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33세에 성균관 유생이 된 윤기는 건물, 방 배정, 음식, 출석 점검, 학생회, 행사, 상소, 명승지 등을 38항목으로 나누어 항목마다 여러 수로 읊었습니다. 각 시에는 자세한 해설을 달았습니다. 그는 왜 모교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썼을까.

"지난날을 생각하며 오늘을 슬퍼했다던 옛 현인의 감고상금(感古傷今)하는 마음을 빌려 눈앞의 일을 갖고 본래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자료로 삼을 수 있게 하는 바이다."(414쪽)

실록 수준으로 꼼꼼하게 정리한 <반중잡영>에서 기록의 힘을 배웁니다. 한 선비의 회고담이 역사가 됩니다.


#2 다시 꿈,을 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은 보물창고입니다. 5부 '성균관'을 가장 관심 있게 읽었지만, 다른 부분에도 자세히 보고 새길 이야기가 많습니다. '성균관 대성전 선성선현 위패 봉안위차도'(449쪽)나 '문묘 배향 동국 18현'(463쪽)처럼 잘 만든 도표 하나는 열 글 못지 않습니다. 9권 보며 가 모르는 게 많음을 깨달았는데 10권에선 더합니다. 김집이 율곡의 사위였다든지 알성시가 임금이 문묘에서 제례 올릴 때 실시한 시험이었다는 깨알 지식은 공책에 따로 정리해야겠습니다. 역사는 알면 알수록 신기 그 넓은 지식과 다양한 역학관계 앞에 서면 종종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공부할 게 많은데 헛된 생각으로 고귀한 나날을 흘려보냈구나.'


1주일에 한 번 이상 청소년 소설 독후감을 블로그에 공유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교사면서 세 자녀 학부모라 바쁠 텐데 언제 이렇게 읽고 쓰실까 궁금해 여쭈어 보니 "올해 청소년 소설 100권 읽고 독후감 써야겠다고 계획했어요. 제가 읽어야 아이들에게도 권할 수 있으니까요." 새해를 준비하며 선생님 아이디어를 따라 하려 합니다. 한자, 한문, 전통문화 관련 책 100권 이상 읽기! 추천하고 싶은 책은 독후감으로 정리하고요. 요즘은 어린이, 청소년 대상 서적 중에도 깊이 있는 내용을 예쁘고 알차게 풀어낸 작품이 많습니다. 쉬운 책, 어려운 책 번갈아 읽으며 더 깊이 공부하고 옛글에서 찾은 보물을 폭넓게 나누고 싶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꿈을 꿉니다.


<마음에 남 글>


'성균'이란 음악에서 '음을 고르게 조율하는 것' 381쪽


성(成)이란 그 행동의 이지러진 것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균(均)이란 습속의 치우침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381쪽, 주례 <대사악> 주소(각주)


더 이상 학생도 선생도 없는 성균관이지만 명륜당 앞마당에 은행나무 노목이 건재하기에 조선시대 지성의 산실이라는 역사의 향기가 여전히 그윽하다. 407쪽


나라의 원기는 다름 아닌 선비이니 443쪽, 윤기, <반중잡영>


천리마 꼬리를 잡고 가는 파리도 천리를 간다 464쪽


안회는 비록 독실하게 공부하기도 했지만 공자라는 천리마 꼬리를 붙잡았기 때문에 그 덕행이 더욱 드러났다. 465쪽, 사마천, 사기 <백이열전>


안회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공자라는 훌륭한 분을 만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배운 결과라는 뜻이다. 465쪽


무명자 윤기가 <반중잡영> 220수를 읊은 것도 따지고 보면 평생 성호 이익을 존경해 그 천리마 꼬리를 놓지 않고 실학 정신의 자세를 실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65쪽


한 시대의 치세를 칭송하는 최대의 찬사는 '문예부흥기'다.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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