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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9. 2022

강명관의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2014)

나를 겸손하게 하는 책

읽은 날 : 2017.7.22(토)~8.15(화)

쓴 날 : 2017.8.18(금)

면수 : 548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3년 전에 산 책을 이제야 다 읽습니다. 강명관 선생님 강연 듣고 종종 찾아 보았지만 완독하긴 처음다. "그는 항상 글을 읽고 글을 쓴다. 매일 어떤 책을 읽고 있거나 어떤 책을 쓰고 있다. 책은 그의 생활이다."(작가 소개) 그래설까. 문체는 간결하나 내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면 볼수록 가 모르는 게 많음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책의 전제는 '유통되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다'! "예수의 말씀이 복음서로 고정되지 않았다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독일어판 성경을 낳지 않았다면, 마르크스의 저작이 간행되지 않았다면, 인류의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책은 곧 인류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궁극적 요인의 하나다."(15쪽) 그래서 책 내용 못지않게 인쇄술과 출판, 유통이 중요합니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는 문화권력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한글 금속활자본이 있었다면? 한중일 세 나라 중 우리만 서점이 없었는데, 중국 유리창 같은 곳이 있었다면? 책값이 조금 더 쌌다면?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읽으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책을 사랑하고 지식의 역사에 관심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사진 자료가 풍부한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예를 들면 278~279쪽 금속활자 조판, 인쇄과정 재현 과정.


<마음에 남은 글>


묵직하지만 거침없고, 날카롭지만 호방한 한문학자. 고전을 읽고 고전에 바탕을 둔 책을 쓰지만, ‘지금-이곳’과 소통하는 인문학자다. 사유의 시작은 한문학이지만, 그 끝은 인간을 향해 있다. 작가 소개

- 지금까지 본 강선생님 책 작가 소개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책은 복제되어 독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생명을 얻는다. 14쪽

   

말하고자 해도 자기 생각을 펼쳐낼 수단이 없는 백성을 위해 세종은 한글을 만들었다. 아마도 조선의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것을 꼽으라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글을 꼽을 것이다. 사족士族을 위한 국가가 민중을 위해 그토록 합리적이고 익히기 쉬운 문자를 발명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1쪽


책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자 문화의 역사다. 30쪽


한문은 외국어이지만,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세의 차별적 체제를 유지하는 결정적 도구였다. (중략) 한문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곧 지배자라는 뜻이었고 한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곧 피지배자임을 뜻했다. 126쪽

   

당시 책은 지식을 전달하고 확산하는 유일무이한 방식이었고, 이를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은 국가가 체제유지 수단을 독점했다는 뜻이다. 국가가 발행하는 책으로 사대부는 지배계급으로서의 교양과 이데올로기를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조선체제를 장구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 주었다. 194쪽

   

책은 인쇄되어 전파됨으로써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 존재가 된다. 228쪽

   

중요한 서적일수록 원본을 잘 교정해 완벽한 인쇄대본을 만들어야 했다. 234쪽


세종조의 서적은 인쇄술 자체가 후대의 추종을 불허하거니와 오자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원고 교정에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덕분이다. 242쪽


높은 책값은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책에 접근하는 길을 막았다. 곧 지식 확산을 저해했다. 그 비싼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책에서 획득한 지식으로 조선사회를 지배했다. 336쪽

   

책의 생명은 유통이다. 유통되지 않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의 유통은 책의 존재만큼이나, 아니 책의 존재보다 더 중요하다. 338쪽

   

책값을 결정할 때는 여러 비용이 고려되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종잇값이었다. 당시 종이는 화폐로 쓰였으며 매우 비쌌다. 375쪽

- 중종 때 대학, 중용은 상면포 3~4필을 주어야 살 수 있었습니다.


서적을 제대로 보급하려면 미리 제작해두었다가 구매자가 나타나면 판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379쪽


옛사람 중에는 집이 가난하여 책은 없었지만, 저자의 서점에서 책을 읽어 성공한 이가 있습니다. 388쪽, 어득강

   

조선,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세 나라 중 조선만 서점이 없었다. 397쪽

   

사행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희귀한 문화체험이었다. 441쪽

- 사행 : 사신이 중국에 들어가는 것.

   

서적이 사회와 문화를 만드는 것 466쪽

   

글을 읽으면 사士이고 정치에 종사하면 대부大夫라고 한다. 讀書曰士(독서왈사), 從政曰大夫(종정왈대부) 5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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