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9. 2022

김영의 『함께 가는 길』(2017)

가장 좋은 글, 학자의 책임

읽은 날 : 2017.6.22(목)~6.24(토)

쓴 날 : 2017.6.26(월)

면수 : 296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모처럼 밤잠 줄여 읽었습니다. 소박한 제목에 감추인 보화! 잡문이란 말씀에 편안하게 열었는데 행간에 담긴 삶이 묵직하고 명랑합니다. 겨우내 광장에서 촛불 드는 진중함과 '치유 불가능한 중독 수준'(191쪽)으로 외손녀에 푹 빠진 행복감. "우리가 백남기다!" 사진(115쪽)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영 선생님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앎과 삶이 한결같은 어른이신 듯합니다.

   

페이스북 글이 많고 신문, 잡지 원고와 서평이 종종 보입니다. 글은 다양하나 방향성은 같습니다. "고통받는 이웃은 우리의 동포이고, 하늘의 별과 산천초목 그리고 꽃은 우리의 이웃이자 기쁨의 원천이 아닌가."(121쪽) 그래서 읽고 쓰고 가르치는 만큼 실천하려 하셨을까. 농활 간 학생들 다독이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보육원에서 아기 돌보는 나날은 따듯하고 올곧습니다.


"요즘은 적어도 나 자신만을 위해 책을 읽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주로 답답한 현실을 이해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을 책을 고른다고나 할까. 옛날이든 지금이든, 동양이든 서양이든 현재 우리 사회와 내가 필요한 책을 집어 든다."(50쪽) 읽고 또 읽으며 마음에 새니다. 그밖에도 옮겨 쓰고픈 구절이 많아 북 인덱스를 여럿 붙입니다.


읽으면서 글쓰기의 깊이를 배우고 지성인의 양심을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글은 진실한 삶, 학자의 의무는 잘 배운 진리를 실천하는 일. 인생 후배들에게 공감의 힘을 가르칠 책임도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는 무엇 할까요. 일단은 읽고 쓰며 공부하기. 아이 셋과 복닥이며 살림하랴 일 많지만, 틈틈이 하다 보면 점차 길이 보이겠습니다. 고맙고 볕뉘 같은 책입니다.

   

<마음에 남는 글>


학자의 의무는 잘 배우고 열심히 가르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용에서 "널리 배우고博學, 깊게 묻고審問, 신중히 생각하고愼思 분명히 따진明辯 다음에 이것을 돈독하게 실천하라篤行"고 한 바와 같이 배운 진리를 실천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4쪽

   

참스승이란 일을 하고 자랑하지 않고, 학생을 앞세우고 자기를 낮추며, 결코 '티 내지 않는' 사람이 아닐지 모르겠다. 24쪽

   

나는 같이 점심을 먹으며 격려의 말을 전한 뒤 서둘러 귀경했다. 6시에 런던대학 연재훈 교수와 만나 같이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문화제에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 큰 제자들이 잡혀가지 말라고 걱정하며 배웅해 주었다.

걱정 마시라. 내가 누구인가. 현빈의 선배로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 아닌가. 40~41쪽


문학이 살아남으려면 문학을 개인의 사적 감정과 사소한 일상사만 다루는 협소한 영역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인간과 사회, 즉 공동체와 역사의 지평으로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문학은 문학답게 삶의 총체적 표현 양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81쪽


송죽원에는 모두 46명이 살고 있었는데 6개월 미만의 아기들도 11명이나 되었다. 우리 할매 할배는 힘쓰는 일은 잘 못해도 아기 우유 먹이고 아기들 웃기는 데는 자신이 있다. 82쪽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는데, 이 비극적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대학 내에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4월 16일에 교수회 주최로 추모행사를 열었습니다.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가해서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습니다. 89쪽

   

외손녀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남녀노소, 귀천, 피부색을 떠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귀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95쪽


깊은 인간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채 어둠 속에서 침묵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늘 귀 기울이고 있는 사람 99쪽


우리는 늦게나마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망각에 맞서는 고통의 연대를 이루어 이 참사를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현재진행의 사건으로 상기하고 상기시키는 일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지성과 양심의 빛을 비추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한 지성인이자 제자들에게 이웃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할 스승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104쪽

   

민중을 사랑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도 먼저 훌륭한 인격이 되고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난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필수적이다. 133쪽

   

살아오면서 좋은 글을 읽고 배우며, 아름다운 그림과 노래를 보고 들으며 감동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지행일치의 삶을 살아오신 선학들을 직접 뵙는 기쁨은 짧은 글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200쪽


대개 그릇이 부족한 사람들이 경력을 부풀려 권력에 줄을 대려고 애쓰는 동안, 능력 있는 현자는 자기 발전과 공공적 대의를 위해 묵묵히 정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21쪽


수시로 발생하는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시류에 민감한 언론인이 맡고, 그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학문적 수준에서 검토하고 논의하여 장단기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대학교수들의 몫이라 아니할 수 없다. 225~226쪽

   

학문과 교육은 진리 탐구와 인재 양성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이한 기여이고 협동이다. 238쪽

   

우리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세계 보편적인 논리와 언어로 풀어내지 않고 지금처럼 서구 학문을 수입하는 것만으로는 독창적인 문명의 창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256쪽


현재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동서양의 문화유산을 모두 포용해야 하듯이,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한글문화에 대한 탐구는 말할 것도 없고 동양 고래의 풍부한 지적 문화유산인 한문을 연구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일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자문화유산은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이 공유해 온 동양의 보편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257쪽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원전에 대한 엄밀한 독해 위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271쪽









매거진의 이전글 정혜원의 『북촌 김선비 가족의 사계절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