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았습니다.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책에 미친 바보』와 달리 이덕무의 시가 많습니다. 새로운 글 찾아 소개하려 애쓰신 번역자님께 고마웠습니다. 2주 전에 읽을 땐 맑은 바람 부는 듯, 다시 찬찬히 보니 달빛 닮은 위로입니다. 서른 아홉까지 백수였던 이덕무는 음울하고 험난한 나날을 어떻게 살았을까요. 자잘한 물결이 깊은 마음 흔든 날, 저보다 어린 그가 시공간을 건너오는 듯합니다.
제목-번역-원문 순서대로 엮은 글에 간단한 설명이 있습니다. 책 뒤에 실린 해설과 이덕무 연보도 자세합니다. 고맙고 따듯한 책입니다.
<마음에 남은 글>
고전의 현대화는 결국 빼어난 선집을 엮는 일이 관건이자 종착점 5쪽, 간행사, 박희병
참된 가치는 어느 시대에나 인간의 마음을 깊이 울려 우리로 하여금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소박하지만 오래된 믿음을 가져 본다. 7쪽, 책머리에, 강국주
내 마음 깨끗한 매미, 향기로운 귤 같으니 潔蟬馨橘素心存(결선형귤소심존) 24쪽
비록 글을 잘 짓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즐기기 때문에 때때로 글을 짓고 이를 나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94쪽
재선(박제가의 자)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면 늘 말이 어눌했지만 나를 대해서는 말을 참 잘하였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았지만 재선의 말을 들을 때에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05쪽
이옥(정수의 자)만은 온전히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었다. 109쪽
거칠고 상스러운 말을 오래도록 입에 담지 않는다면 절로 향기가 날 것이다. 121쪽
교활한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그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공경하기 때문이다. 201쪽
이덕무에게 독서는 그만둘 수 없는 즐거움이자, 병과 가난, 불우함과 슬픔에 대한 위안이자 삶의 안식처였다. 211쪽
이덕무의 작품에 묘사된 이웃 간의 따뜻한 마음,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은 가난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