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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9. 2022

백승종의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2012)

돌아가며 읽은 길

읽은 날 : 2017.5.22(월)~5.26(금)

쓴 날 : 2017.6.2()

면수 : 280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불혹'이라는 말과는 달리 마흔이 되면 인생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다.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릴 일이 아니다. 뒤를 돌아봐야 앞길이 열린다. 나이 마흔에 새삼스레 역사책을 넘기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가 다시 찾는 역사는 사실의 퇴적물이 아니다. 그것은 막막한 우리 삶에 한 줄기 빛을 던져 주는 지혜의 보고다."(5쪽)


첫 장부터 묵직한 울림이 밀려왔습니다. 광개토대왕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열다섯 사람의 빛과 그림자를 읽습니다. 베네디토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는 진리입니다. 깊이 읽고 세밀하게 씁니다.  


​#1 돌고 돌아가는 길


4학년 2학기에 부임하신 ㅈ선생님. 오신 지 얼마 안 됐는데 제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는 섬세함에 후배들은 열광했습니다. 선생님께 직접 배우지 못했지만 교내 신문에서 학술상 소식 보고 가장 먼저 축하해 주실 정도로 학생들을 아끼는 어른이셨습니다. 학과 회식 때였는지 다른 모임에선지 선생님 말씀, "난 바로 된 일이 없어. 대학도 재수했고, 대학원도 늦게 갔고, 박사 논문도 늦게 썼어.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아." 그래서였을까요. 선생님께는 지식과 경험의 틀에 갇히지 않은 여유와 따듯함이 있었습니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가끔 죽비소리 주시는.   ​


"내 눈에 비친 한국 역사에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역사가로서는 약간 색다른 나의 행보 덕분이다. 나는 15년간 유럽에서 소요했다. (중략) 다시 말해 나라 바깥에서 한국 역사를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어쩌면 지구 바깥에서 지구라는 파란별을 관찰한 우주인의 경험과도 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6쪽)

​이 글 읽으면서 ㅈ선생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돌고 돌아가는 길은 어렵지만 마음의 안목을 넓힙니다. 복직하면 꼬꼬마 세 자매 덕분(?)에 꽤 오래 휴직한 나날이 어떻게 쓰일까요. 잘 모르나 묵묵히 하루를 살아갑니다.


​#2 역사의 이면, 또다른 안목


태조 이성계가 막내 방석을 세자로 세우려 한 이유는? 신덕왕후 강씨의 '힘의 논리'와 정도전을 중심 축으로 하는 신권 중심 정치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태조의 고향인 함흥에서 막내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는 일이 많아서 고향 풍속을 따랐던 부분도 있습니다. 막내를 상속자로 삼는 일은 몽골을 비롯한 유목 민족의 풍습입니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임금인 세종은 식탐이 있었습니다. 독서욕, 지식욕도 많았고 후궁 8명과 18남 4녀를 두었습니다. 개혁 군주의 상징인 정조는 문체반정으로 성리학적 질서를 지키려 했던 '나름 보수'이기도 했습니다.   


​책 전체의 흐름은 미시사(微視史)입니다. '현미경을 들이대고 역사를 들여다보는 작업'(6쪽)을 계속하면 또 다른 뒤안길이 보입니다. 인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때 새로운 안목이 열립니다. 장점과 단점, 빛과 그림자를 시대와 함께 살펴 인간적인 면모까지 아울러야 그 사람을 바로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알아 간 역사는 삶을 가다듬고 풍성하게 하는 자양분이 됩니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제 갈 길을 닦는 것이 때로 초라하고 지나치게 소박해 보일지 몰라도, 자유와 창의는 아마 그 곳에 있을 것이다."(216쪽)


<마음에 남은 글>​

​역사란 결코 냉정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교훈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읽고 쓰는 즐거움은 그것이 총체적 의미에서 우리의 내적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믿는다. 7쪽


내가 이 책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을 통해 공감을 얻고 깨달음을 얻어 삶을 좋은 방향으로 내딛을 힘을 주고자 함이다. 11쪽


그(광개토대왕)는 용맹하지만 섬세했고, 과감하면서도 치밀했다. 27쪽


세심하게 주변을 관찰하여 적합한 방식으로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능력 29쪽


공자는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자신에게 몰입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남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사물에 혹하지 않는 길이요, 큰 뜻을 이루는 지름길은 아닐까. 79쪽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 104쪽, (하나라) 우왕

세종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116쪽


그(세종)는 왕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지식인, 약점을 극복한 한 인간으로서도 후세에 길이 표본이 될 것이다. 117쪽

이순신의 내면에는 달빛만 고와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섬세한 시인이 살고 있었다. 155~156쪽


간결하고 섬세한 이순신의 문예적 감수성, 이것이 인간 이해로 승화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공감 능력은 그의 보물이었다. 156쪽


섬약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그(이순신)의 문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그는 소통과 공유에 능했다. 173쪽


백성을 설득할 수 있었던 세종대왕은 끝까지 존경을 받았다. 소통과 공감, 연대와 조화를 중시했던 세종은 매사에 백성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럼으로써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191쪽


정조는 온힘을 다해 공부했다. 학업에 매달리는 순간만큼은 시름도 잊을 수 있었다. 198쪽

세종을 가장 세종답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쉼 없는 공부와 겸손함이었다. 273쪽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역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용기를 더해 준다. 역사, 그것은 인류의 끊임없는 흥미의 원천이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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