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읽었습니다. 작년에 『한국철학사』 보면서 '긴 책 조금씩 읽기'에 눈떴으나, 들고 다니기엔 두꺼워 생각보다 손이 잘 안 갔습ㄴ다. 신문 칼럼치곤 한자가 어렵지만 읽다 보면 배경지식이 새록새록 들어옵니다. 특히 동서양을 넘나드는 작가님의 해박함과 책 곳곳에서 빛나는 그림 자료가 백미!
일반적인 한자 칼럼보단 세시기(歲時記), 작가님 표현을 빌린다면 '자연의 변모에 따른 시간의 율동을 인간에게 주는 이야기'(10쪽)입니다. 한자말(표제어)-뜻-소리-부수-획수-본문 순서대로 365편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끝이 보입니다. 한자와 한문을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마음에 남은 글>
庶民維星(서민유성) : 모든 백성은 별이다 33쪽
섣달이 다 가니 봄 오는 것 보이고 臘盡見春回(납진견춘회)
차가운 가지 끝에 꽃은 다시 피네 寒梢花又開(한초화우개)
39쪽, 손도현, <보살만(菩薩蠻)>
청춘은 본디 '푸른 봄'이라는 뜻입니다. 봄에 새싹이 새로 돋아나 들과 산을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175쪽
게다가 모든 사람은 울지는 않지만 뻐꾸기를 몸속에 하나씩 지니고 있습니다. 콕식스(Coccyx)는 해부학에서 꼬리뼈 미골을 부르는 말인데 그리스 말 콕퀵스(Kokkyx), 곧 뻐꾸기에서 왔습니다. 옆에서 보면 휜 뻐꾸기 부리를 닮았지요. 만고에 쓸모없어 보이는 '뻐꾸기 뼈'도 앉을 때 삼각대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뼈라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는 모양입니다. 189쪽
호접몽은 굼뜨고 보잘것없던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꿈입니다. 194쪽
꾀꼬리는 우리나라에 오는 여름새입니다. 꾀꼬리가 울면 봄이 무르익어 곧 여름이 올 줄 알게 되지요. 215쪽
초여름의 꽃이 다시 피기 전까지 산은 잠시 휴식 중입니다. 230쪽
오늘날 聖誕節(성탄절)은 힘센 나라의 임금 생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낮추다 못해 스스로 버림으로써 平和(평화)와 救援(구원)을 주려고 했던 거룩한 이가 태어난 일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믿는 이들은 이 소식을 福音(복음)이라 합니다. 841, 8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