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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0. 2022

배한철의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2016)

스마트폰보다 흥미진진한 책

읽은 날 : 2017.4.1(토)~4.9(주)

쓴 날 : 2017.4.11(화)

면수 : 388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스마트폰보다 흥미진진합니다. 더디 읽었지만 행복합니다.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이야기입니다. 중반 이후 오탈자가 종종 보이지만 내용은 10점. 수업 중간에 써먹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많고, 초상화 사진도 선명합니다. 한문, 역사, 미술 선생님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초등 선생님께도 괜찮겠습니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명제는 둘입니다. 첫째, 일호불사 변시타인(一毫不似 便是他人). 터럭 한 오라기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다. 둘째, 성어중 형어외(誠於中 形於外). 마음에 성실함이 있으면 밖으로 반드시 드러난다. 덕분에 옛그림,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는 매우 사실적입니다. 잔주름과 수염은 물론 천연두 자국, 사팔눈, 안대까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 솔직함이 은근한 매력입니다.


"사진 한 장은 열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진이 없었던 과거에는 초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초상화는 텍스트 위주의 우리 역사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7쪽) 초상화를 보면 시대가 보입니다. 인물의 얼굴에 깃든 마음, 주변 사람들, 옷과 장신구에 숨은 문화까지.


그림 속에 담긴 역사는 사람들의 역학관계를 알면 더 재미있습니다. 권력자 이인임이 이조년 손자라 뜨악했지만, 김장생이 김만중의 증조부라든지 정충신이 노비였다 임진왜란 때 이항복을 만나 면천된 사실은 새로웠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이항복, 이덕형, 이귀의 우정. 당색을 뛰어넘은 그들의 우정은 훗날 '오성과 한음' 이야기로 다듬어집니다.

 

<마음에 남 글>

 

이 책은 공개된 초상화, 그리고 공개되지 않았던 초상화를 총망라하며 위인들의 실제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또한 초상화의 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일반인들의 초상화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고 더 나아가 새롭게 밝혀낸 역사적 인물의 모습을 표준영정 제작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필자의 저작 의도이다. 9쪽


무능한 남자들로 인해 고통받아야 했던 조선 여인들. 박씨부인전의 후반부는 오랑캐를 무릎꿇린 박씨부인의 통쾌한 활약을 통해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그녀들의 염원을 담았다. 19~20쪽


(한음은) 명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으며 성품이 온화하고 침착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35쪽

 

한음은 이귀가 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손수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달포 만에 목숨을 구해냈다. 이는 사색당파로 분열된 조선 정계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포용력이었다. 36쪽

 

그림을 통해 주인공이 맑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품위가 높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지녀 학문에 매진하는 성품임을 느낄 수 있다. 55쪽


초상화를 그 초상화의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일호불사 변시타인 一毫不似 便是他人(터럭 한 오라기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다)'의 명제는 중국에서 비롯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만개하면서 극사실주의 화풍을 유행시켰다. 그와 동시에 형상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정신을 외면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대학大學'성어중 형어외 誠於中 形於外'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내적인 성실함이 있으면 그것이 밖으로 반드시 드러나는 법이다'라는 의미다. 조선의 선비들은 외모란 내면의 정신세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17쪽

* 책에는 便의 음이 '편'이지만, 문맥상 '변'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의 얼굴은 아담하여 수양 근신하는 선비와 같지만 마음속에 담력이 있고 웃음이 적었다 183쪽, 유성룡의 이순신 평


견문이 높지만 자기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젊은 사람 말이라도 반드시 반복해 생각합니다. 187쪽, 기대승의 이황 평


성격이 온후하고 인자해 가까이 하면 훈풍을 대하는 듯하다 190쪽, 제자들의 퇴계 평

 

북학파 상징인 백탑시파 문인들은 서얼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었고 지적 능력을 우선시했다. 204쪽

 

유후는 용모가 깨끗하고 성품이 맑았으며 수염이 아름다워 헌칠한 신선 같았다. 208쪽, 이덕무의 유후 평

- 정작 이덕무는 초상화가 없습니다. 박제가가 쓴 시 보면 살았을 때는 초상화가 있었는데, 가끔 그 초상화가 궁금합니다.

 

현종 때 두 차례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됐던 '예송논쟁 禮訟論爭'의 본질은 상복과 장례기간이 아니었다. 주자학을 앞세워 신권정치를 구현하려고 한 송시열 등의 서인과 왕권 강화를 통해 새로운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윤휴 중심의 남인세력 간의 정치투쟁이었다. 218쪽


평안도 용강군 출신의 평민이었던 홍경래는 신분 차별과 지역 소외를 혁파하고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292쪽


정조는 즉위와 동시에 싱크탱크와 친위부대를 두려고 골몰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규장각 奎章閣'이다. 319쪽

 

정선은 총 4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영조대의 실학적 기풍이 태동하던 시절에 이런 혁신적인 그림은 지식인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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