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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0. 2022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2006)

정성을 배우다

처음 읽은 날 : 2008. 5.1(목)~6.3(화)
다시 읽은 날 : 2016.11.16(수)~2017.2.12(주)

쓴 날 : 2017.2.13(월)

면수 : 611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어제 다 읽었습니다. 지금도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읽으면서 얻은 감동, 잊기 전에 씁니다.


첫째, 읽고 쓰고 읽고 쓰고


다산 정약용은 부지런히 읽고 쓰고 초서(鈔書)하고 정리했습니다. 삶의 막다른 골목 앞에서도 머리보다 손을 믿었습니다. "한 사람은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웠던 귀양살이의 시간을 하늘이 준 축복으로 알고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중략) 그의 오랜 귀양살이는 그 개인에게는 절망이었지만, 조선 학술계를 위해서는 큰 축복이었다."(57쪽)


그의 공부는 정과실천(定課實踐),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가는 것(433쪽)이었습니다. 뜻밖의 임신, 출산, 휴직으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느라 바빴던 게 다산의 하루하루는 놀라웠습니다. 마냥 손 놓고 싶었을 나날을 진득한 성실함으로 채운 그가 존경스럽습니다. 시간 없다 투덜대기보다 읽고 쓰며 공부해야겠습니다.


둘째, 일상을 예술처럼


'일상예술화 전략' - 존경하는 후배 선생님 블로그 메뉴입니다. 볼 때마다 탐나는 말을 다산은 온몸으로 실천했습니다. "그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509쪽) 젊은 날 서울 살 때 작은 마당이 답답해 꽃나무와 과일나무를 심었습니다. 꽃 피면 친구 불러 놀았습니다. 이때 만든 모임이 저 유명한 죽란시사(竹欄詩社)입니다.


귀양 간 곳에서도 다산은 작고 초라한 집에 화초를 심었습니다. 초당은 점점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513쪽) 살림하고 집 꾸미는 일에 서툴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싶어 대보름 나물을 넉넉하게 볶았습니다. 30분 일찍 일어나 각 잡아서 이불 개고, 반찬 하나라도 예쁘게 놓으려 합니다. 숨가쁜 나날이지만 틈틈이 마음에 꽃등불을 켭니다.


셋째, 무엇보다 나답게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은 스타일이 다릅니다. 감성적이고 여유로운 연암, 꼼꼼하고 이지적인 다산.  주변엔 연암 같은 분이 많습니다. 는? 감성과 창의성은 약하지만, 정보를 모아 차근차근 정리하는 건 그런대로 합니다. 책 읽고 신문기사 검색하며 갈무리한 자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동안 길을 잃었습니다. 의 장점이 더 크게 보였고, 자신감이 확 줄었습니다. 그런 게 다음 구절은 선물이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590쪽) 가장 다운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겠습니다. 를 자라게 하고 가족과 이웃을 돕는 공부!  


<마음에 남은 글>


널려 있는 정보를 수집, 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탈바꿈시켰다. 16쪽


그는 한 가지 편집원리로 경학과 경제의 핵심주제들을 관통하는 작업을 해냈다. 그 저변에 깔린 정신은 위국애민 네 글자뿐이었다. 18~19쪽


공부는 내 삶을 가치 있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32쪽


생각이 정돈되면 글 쓰는 일은 대개 손가락 아래의 일이다. 46쪽


모르는 것을 하나씩 알아나가고, 그 속에 깃든 이치를 따져 내 삶을 향상시켜가는 것, 이것이 바로 공부하는 보람이요 기쁨인 것이다. 78쪽


지나가는 생각을 붙들어 내 것으로 만들어라. 137쪽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해라. 159쪽


어떤 사람의 훌륭한 행적을 설명할 때 무작정 장광설을 늘어놓으면 읽는 이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일생의 특징적인 국면을 갈래를 나누어 설정해 놓고 그에 해당하는 적절한 일화나 핵심적인 사건을 나란히 제시하여, 이를 통해 절로 그 면모를 알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260쪽


공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들고, 산만한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328~329쪽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남의 장점을 금방 포착하여 내 것으로 만들 줄 안다는 말과 같다. 339쪽

씨앗 하나가 자라서 풍성한 이삭을 맺는다.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360쪽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의미를 이끌어내고, 늘 보던 것에서 처음 보는 것을 끄집어낸다. 363쪽

듣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쌓아온 온축의 힘에서 비롯된다. 384쪽

우선 몸가짐을 바로 하는 공부에 힘써 마치 쇳덩어리산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을 익히도록 해라. 386쪽

특출한 개인이 각자 작업하는 것보다 부족한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팀워크를 이루면 작업의 효율성이 배가된다. 423쪽


전체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소용되는 날짜를 계산한 후,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을 결정하는 것까지가 정과(定課)다. 433쪽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해지거나 귀양지에서 주체할 수 없는 시간과 마주할 때도 이 정과독서는 마음을 다잡고 무절제해지기 쉬운 생활에 긴장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439쪽


목표는 하루 단위로 쪼개 확실하게 실천하라. 444쪽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거듭하는 동안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정리가 요령을 얻으며, 논리에 힘이 붙는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445쪽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보면 모두 새롭다. (중략) 빈틈을 헤집어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고, 남들이 보고도 못 본 사실을 탐색해낼 수 있어야 한다. 460쪽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465쪽  


자연 앞에 서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479쪽


사물의 행간에 깃든 의미를 음미하고 그 깊은 속내를 투시하는 다산의 눈빛 속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507쪽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507쪽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아라. (중략)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라. 520쪽  


쓰임새 있는 공부, 쓸모 있는 작업 576쪽


작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중략)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략)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또 그 알맹이는 속이 꽉 찬 것이라야 한다.  578쪽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 저 일 기웃거리지 말고, 핵심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러자면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안목을 갈고닦아야 한다. 590쪽


진짜가 되려면 내 목소리를 지녀야 한다. '지금 여기'에 기초해야 한다. 5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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